조선사 “동결해라” vs 철강업계 “밑지는 장사”…후판값 신경전

조선사 “동결해라” vs 철강업계 “밑지는 장사”…후판값 신경전

기사승인 2019-09-07 01:10:00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와 철강업계(포스코·현대제철)는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의 가격을 두고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후판의 가격이 상승한다면 이제 막 업황 회복이 시작된 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과거 조선업계와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적자를 보면서 후판을 조선사에 공급해왔고,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과 원료탄 등의 가격이 올해 급격히 오른 만큼 업황 개선을 반영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최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톤당 80달러대를 유지하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 8월 121.2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는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이는 당시 주요 광산업체인 브라질, 호주 등에서 천재지변으로 인해 공급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먼저 올해 1월 브라질 대표 광산업체 발레(Vale)의 광산 댐이 붕괴하면서 3월 철광석 수출량이 2219만톤으로 올해 2월 대비 23%,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또 지난 4월 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 철광석 대형항구에서도 사이클론이 발생했다. 그 결과 현지 광산업체 리오 틴토(Rio Tinto)는 생산 차질을 선언했다. 대표적 글로벌 광산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한 셈이다. 결국 철강업계로써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이어진 원자재가 부담이 컸다. 하반기 후판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 원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인상 폭은 몰라도 후판가 인상은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과거 수주했을 때 후판 가격은 톤당 5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 후판 가격이 60~70만원대로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이 컸다는 입장이다. 이 상황에 후판가가 더 오른다면 조선업계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수주산업은 특성상 과거 수주절벽(선가의 하락과 수주가뭄) 시기에 수주한 선박에 최근 상승한 후판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원가 반영이 어려운 상황에 후판 가격이 더욱 오르는 것은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선업계는 장기불황에서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탓에 물러설 자리가 없고, 철강업계 역시 고공 행진한 철광석 가격으로 고전하고 있다. 양측의 상황이 워낙 팽팽하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양 업계가 견해차를 좁히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목이 쏠린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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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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