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주축을 움직이는 증권업계가 최근 각종 논란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KB증권은 최근 판매한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가 현지 대출 차주의 계약 위반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조국 후보자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자녀들의 자금 일부를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얼마 전 코오롱티슈진과 관련해 공동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함께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 KB증권 판매 부동산펀드, 차주 계약 위반으로 손실 ‘전전긍긍’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3264억원에 달하는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가 현지 대출 차주의 계약 위반으로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최근 부동산 사모펀드 ‘JB 호주NDIS펀드’ 대출 차주인 호주 LBA 캐피털이 약정 내용과 다르게 사업을 운영해온 점을 인지하면서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JB자산운용이 설정하고 KB증권이 판매한 이 펀드는 호주 신생 투자회사인 LBA캐피탈에 대한 간접 투자상품이다. 차주인 LBA캐피탈은 당초에 호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장애인 임대아파트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출 차주인 LBA캐피털은 원래 매입하려고 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자 사업수지 악화가 예상되는 해당 아파트가 아닌 다른 토지를 매입했다.
KB증권은 긴급히 자금 회수에 나서 원금의 62%는 돌려받았다. 나머지는 호주 법원을 통한 소송을 거쳐야 한다.
KB증권 관계자는 “호주 현지에 현장대응반을 급파한 동시에 현지 최고의 법무법인인 Allens를 선임해 법적 대응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투자자금 2,015억원은 현금으로 기회수하여 국내로 이체완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금의 일부인 882억원 상당의 현금 및 부동산에 대해서는 호주 빅토리아주 법원명령으로 자산동결을 한 상태”라며 “보유현금 및 소송을 통한 강제집행으로 투자자금의 최대 89%정도를 회수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규모는 약 4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 투자는 국내 투자와 달리 여러 가지 변수를 갖고 있기에 투자 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투자는 현지 시장의 정보력 부족에 따른 투자 실수, 환율 리스크, 자산취득 처분 시 신고절차, 천재지변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해외 부동산 투자 시 거래처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신생업체보다는 이미 과거에 충분한 트랙레코드나 성과가 있어야 하고, 운용사의 재무상태도 안정적인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상대방으로 선정해야겠죠. 운용사에 대한 직접 현지실사 등을 통해서 내부통제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제출된 서류나 자료가 사실에 부합하고, 허위가 없는지도 살펴봐야한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들이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단독으로 관련 사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익을 크게 늘릴 수 도 있지만 리스크도 크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한국투자증권, 조국펀드 논란에 불똥…티슈진에 이어 두 번째 압수수색
한국투자증권이 이번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조국 후보자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자녀들의 자금 일부를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등 가족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압수수색으로 보인다.
정경심 교수와 자녀들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 뱅커(PB) A씨의 조언을 받아 현금과 유가증권 등 재산 일부를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현재 소속 지점이 영등포PB센터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됐던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 있는 컴퓨터를 갖고 나오는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 뱅커(PB)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PB들은 명목상 자산관리사이지만 거래 대상자가 고액 자산가일 경우에는 종종 ‘집사’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국 아내와 한국투자증권 PB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PB들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거래 외에 부분에 대해서도 종종 도와주곤 한다”며 “좀 볼썽사납긴 하지만 업계의 현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