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알코올 사용장애’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가 7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중독적 물질 사용에 취약성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상황 요인 및 스트레스와 심리적 요인에 대한 반응으로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고 이러한 알코올 사용이 반복되면서 뇌의 중독 회로가 강화돼 형성되는 뇌의 질환을 말한다.
상황적·심리적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알코올 섭취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우리 뇌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이뤄지게 된다. 특히 알코올은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하는 뇌의 보상 회로에서 기능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알코올에 대한 갈망이 강화되고 알코올을 섭취하지 못하면 금단 현상을 느끼도록 변화한다. 이와 더불어 알코올은 통제력과 판단력을 목표 지향적으로 적절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뇌의 영역인 전두엽의 기능을 악화해 알코올 중독이 진행될수록 알코올 사용에 대한 통제력 발휘가 어려워지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 진료 인원이 5년간 연평균 1%씩 감소 추세를 보이며 지난해 기준으로 남성 환자가 5만7692명, 여성 환자가 1만7010명으로 3.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성 환자는 2014년 6만2000명에서 지난해 5만8000명으로 4000명 줄었고, 여성 환자는 2014년 1만6000명에서 지난해 1만7000명으로 1000명 증가했다. 남성 환자는 연평균 1.73%의 감소율을 보였고, 여성 환자는 연평균 1.6% 증가율을 보였다.
연령대별 진료 현황을 비교해 보면 ‘알코올 사용장애’ 전체 진료 인원 중 50대가 1만9763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1만5256명으로 뒤를 이었다. 여성은 40대 진료인원이 22.8%로 가장 많았고 남성은 50대 진료 인원이 28.2%로 제일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덕종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성의 알코올 사용장애가 여성보다 많은 것은 대부분읜 인종 및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요인이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실제로 중독되는 뇌로 진행되는 과정에 연관된 신경전달 물질 수용체가 남성이 여성보다 활성화돼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의 알코올 사용에 대한 관대한 음주 문화에 비교해 임신·양육 과정 등에서 여성이 술을 마시지 않게 되는 상황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 또한 남성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비중을 높인다”면서 “비록 여성의 알코올 사용장애가 비중이 작더라도 여성은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남성보다 적고 체내 지방조직보다 알코올을 희석할 수 있는 수분의 비중이 적어 임상 양상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양과 패턴으로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혈액으로 전달되는 알코올의 독성이 여성에게 더 높고 이로 인해 간 질환·위장 장애·심근병 등의 신체적 질환의 위험성이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미국 정신의학협회에서 출간한 정신질환 진단·통계 메뉴얼에 따르면 ▲알코올을 종종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양 혹은 오랜 기간 사용 ▲알코올을 줄이거나 조절하려고 했으나 실패 ▲알코올 사용과 관련된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냄 ▲알코올에 대한 갈망 ▲반복적 알코올 사용으로 주요한 역할·책임 수행 실패 ▲알코올 영향으로 사회·대인관계 문제 ▲알코올 사용으로 중요한 사회·직업적 활동 및 여가 줄임 ▲신체적으로 해가 되는 상황에서도 반복적 알코올 사용 ▲알코올에 대한 내성 ▲금단증상 등이 나타나면 ‘알코올 사용 장애’로 진단한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정신과적 면담을 통한 임상 양상 평가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손상이나 고통을 일으키는 문제적 알코올 사용 양상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진단된다. ‘알코올 사용장애’로 평가되면 심장·간 등의 신체적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혈액 및 심전도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되며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관련된 내과협의 진료를 받게 된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만성적인 뇌 질환으로 적절한 시점에 치료하지 않으면 뇌 기능의 저하와 알코올에 대한 뇌의 의존성이 회복되지 않는 비가역적인 상태로 변하게 된다. 또 알코올 사용과 관련된 인지적·정서적 왜곡도 점차 강화되게 된다.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만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대다수 사람이 스트레스에 대한 해소법으로 술을 찾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에 대항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음주 외의 다른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알코올 사용 습관도 건강하게 가져야 한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잘못된 알코올 사용으로 인해 뇌의 변화가 생긴 질환이다. 폭음하는 것은 뇌 건강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잘못된 음주 습관이다. 폭음으로 기억을 자주 잃는 것은 뇌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자제해야 한다.
음주하면서 식사를 잘 챙기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뇌 건강에 꼭 필요한 영양 결핍으로 이어져 알코올 중독을 더 가속할 수 있다. 혼자 술을 마시거나 술을 마셔서 잠을 청하는 습관도 알코올 사용에 통제력 발휘를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이 중독성을 가진 물질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알코올 사용 방식에 대한 스스로 모니터링을 하고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