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해상에서 전도된 선박에 갇혔던 한국인 4명이 무사 구조됐다. 배에 승선했던 24명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9일 오후 6시(현지시간·한국시간 10일 오전 7시) 골든레이호 기관실에 갇혀있던 한국인 선원 3명을 전원 구조했다. 이들은 건강 상태 점검을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골든레이호는 지난 8일 오전 1시40분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의 내항에서 외항으로 현지 도선사에 의해 운항하던 중 선체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이후 배가 전복됐다는 소식이 들렸고 해안경비대는 곧바로 구조인력을 배치했다.
선박에 승선한 24명 가운데 20명은 대피하거나 구조됐다. 구조된 인원은 한국인 6명, 필리핀인 13명, 미국 도선사 1명 등이다.
그러나 구조작업은 중단됐다. 선체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연기와 불길 탓에 추가 구조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인 4명의 생사는 미확인이었다. 해안경비대는 선체의 화재 진화 여부와 선박고정화 작업 등을 한 후 구조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선원들의 생존 가능성이 전해지면서다. 같은 날 오후 6시13분 선박 안쪽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확인됐다. 해안경비대는 9일 오전 구조 작업을 재개했고 트위터 계정을 통해 “구조요원들이 골든레이호 안에 있는 선원들과 접촉했다. 구출 계획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2시46분 “골든레이호의 선원 4명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는 선체에 큰 구멍을 뚫은 뒤 빵과 물 등 음식을 선원들에게 제공했다. 이후 드릴을 이용해 선체를 떼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오후 3시를 넘기자 일부 선원을 구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구조된 직후 환하게 웃는 선원의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후 엔지니어링 칸의 강화유리 뒤편에 갇혀있던 마지막 선원이 무사히 배를 빠져나오며 구조 작업이 완료됐다.
마지막으로 구조된 선원은 “깜깜하고 어두운 상황이 길었고 못 견딜 것 같았다”며 선체에 갇혀있을 당시 절박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된 4명의 선원과 만나고 온 김영준 애틀랜타 총영사는 “나머지 3분은 같이 있어서 서로 의지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 구조자는 혼자 떨어져 고립감이 훨씬 컸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외교부 본부와 주애틀란타총영사관은 USCG 등 관계기관과 해양수사부 등 유관부처, 선사 등과 긴밀히 협조해 구조된 선원과 가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등 사고 수습을 위한 영사조력도 지속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