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망’ 책임 “역학조사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만”

‘메르스 사망’ 책임 “역학조사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만”

기사승인 2019-09-11 10:51:15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정부 책임만 인정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메르스 환자였던 A씨의 유족이 건양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건양학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A씨의 아내에게 2057만원, 자녀들에게 각 871만원을 지급하고 병원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1번 환자’로부터 메르스가 옮음 ‘16번 환자’와 건양대병원 같은 병실을 사용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열흘 뒤 사망했다. A씨를 돌보던 A씨 부인도 격리 조치된 후 메르스 판정을 받았으나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유족은 병원이 감염성 질환자로 의심되는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시켜 병원의 과실로 A씨가 메르스에 걸려 사망했고 A씨 부인은 감염, 자녀는 격리처분돼 정부와 연대해 병원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건 당국이 1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매체는 밝혔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에서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의심 신고를 받고도 진단 검사를 지연하고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해 다른 밀착 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가의 과실과 A씨의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제대로 된 역학조사만 이뤄졌다면 16번 환자가 A씨와 같은 병실로 전원하기 전에 격리됐을 것이고 1번 환자의 확진이 지연됐더라도 병원에서 접촉자 범위를 확대했다면 접촉 전에 격리됐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16번 환자가 입원했을 때 격리가 필요한 감염성 질환에 걸렸다고 보지 않았고 환자에 대한 정해진 지침이 없었으므로 병원이 감염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과실 정도와 내용, A씨의 병력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액수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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