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죽음으로 병원이 받은 과태료는 고작 500만원이었다. 많은 전동의가 바뀌지 않는 노동현장으로 희생되고 있다. 열악한 수련환경하에서 전공의들이 근무하고 있음을 알아달라.”
지난 설 연휴 당직 근무 중 사망한 고 신형록 전공의 누나인 신은섭씨가 7월 산업재해 승인 촉구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피맺힌 절규다. 고 신형록 전공의는 가천대길병원에서 주 110시간, 최대 60시간의 연속근무를 하다 병원 당직실에서 숨을 거뒀다.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한 전공의 중 첫 과로사다.
명절 기간 중 전공의가 과로사했던 현장인 길병원은 어떤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을까.
병원 관계자는 “사건 이후 법적 제재, 감사 등을 받았다”며 “이제는 전공의법을 확실히 지키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한 주당 80시간 근무를 지키기 위해 교수들이 당직 근무를 대신 서기도 한다. 병원이 지금은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 좀 더 초점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비단 길병원 뿐만 아니라 대다수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은 명절 연휴에도 평상시와 동일한 업무 강도를 감내한다. 정해진 근무체계는 명절이라고 예외가 없다. 설·추석 뿐만 아니라 생일·크리스마스 등에도 근무표에 이름이 올라 있으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추석 연휴 기간동안 동네 병·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설사 등 경증환자까지 몰리는 상황이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면서 그나마 개선돼 쉬고 싶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면서도 “아직 미비한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연속근무 36시간이 전공의를 괴롭히는 주된 요인이다. 박 회장은 36시간 근무도 힘든데 인력 부족 및 응급환자 발생, 수술 등에 따라 더욱 길게 업무를 서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라고 지적한다. 인력 충원이 시급하지만, 대다수 병원은 경영 사정 등의 이유로 채용을 꺼린다.
설사 전공의법을 어겨도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다. 박 회장은 “전공의법을 어긴다 해도 몇백만원의 벌금에 그친다”며 “병원에서 몇백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인력을 고용하지 않는다. 최소한 처벌 강화만 이뤄져도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신형록 전공의 사건은 당직을 서는 전공의라면 누구나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목숨을 잃었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유감 표명도 없었다. 내가 겪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얼마나 위험하고 안 좋은 일인지 아는 상황이라 대전협 차원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