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투 더 99] 온 가족이 소통하는 '20년 전, 그때 그 영화' 5

[빽 투 더 99] 온 가족이 소통하는 '20년 전, 그때 그 영화' 5

온 가족이 소통하는 '20년 전, 그때 그 영화' 5

기사승인 2019-09-13 09:00:00

올해도 전쟁이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나쁜 녀석들: 더 무비’까지 긴 이름을 가진 세 편의 영화가 지난 11일 동시 개봉을 맞았다. 이처럼 배급사들은 매년 추석 연휴마다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을 준비하며 전쟁에 대비한다. 이 같은 추석 시즌 영화 전쟁의 역사는 길다. 최근 SBS ‘인기가요’ 유튜브 스트리밍의 인기로 주목받는 20년 전에도 그랬다. 당시는 지금처럼 수요일 개봉이 아닌 토요일 개봉이 기본이었고, 서울과 전국으로 관객수를 나눠서 집계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다. 가족, 친지들과 ‘온라인 탑골공원’ 이야기를 하다 질리면, 1999년 9월 18일 동시에 개봉한 추석 영화 이야기를 꺼내보는 건 어떨까.


△ ‘러브’ (정우성, 고소영 주연 - 서울 14만5242명)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영화 ‘비트’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정우성, 고소영의 재회작이다. 마라톤 선수 명수(정우성)가 미국 LA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도중 제니(고소영)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멜로 영화로 내용보다 배우의 매력에 의존했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비트’와 ‘태양은 없다’로 잘 나가던 하이틴 스타였던 정우성은 같은해 개봉한 ‘유령’, ‘러브’, 2년 후 개봉한 ‘무사’까지 연속 흥행 참패를 맛보는 아픈 시기였다. 고소영 역시 ‘비트’에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연풍연가’로 이어지는 좋은 분위기가 ‘러브’로 꺾이고 말았다. 반면 ‘러브’의 연출을 맡았던 이장수 감독은 다음해 드라마 제작사 로고스필름을 설립해 SBS ‘아름다운 날들’, ‘별을 쏘다’, ‘천국의 계단’ 등 드라마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성공가도 달렸다.

2019년 기준으로 설명하면, tvN ‘삼시세끼-산촌편’에 게스트로 출연한 정우성과 지금은 장동건의 아내가 되어버린 고소영 주연의 ‘폭망’한 멜로 영화라 할 수 있다. 워낙 관객수가 적고 흥행 실패 이미지가 강한 탓에 제목과 포스터는 알아도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비운의 작품이다.


△ ‘댄스 댄스’ (주진모, 황인영 주연 - 서울 2만7920명)

오디션으로 선발된 배우 주진모, 황인영의 데뷔작이다. 의대생 준영(주진모)이 우연히 강당에서 춤을 추는 여학생 진아(황인영)에게 반하며 시작되는 두 사람의 사랑과 춤 이야기를 그렸다. 춤을 소재로 했다는 점과 신인 배우를 주연 배우로 기용했다는 점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영화였다.

주진모는 ‘댄스 댄스’ 촬영 도중 정지우 감독의 영화 ‘해피엔드’에 캐스팅되며 주연 배우의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황인영 역시 촬영 도중 한석규와 CF를 찍는 등 큰 주목을 받았으나, ‘댄스 댄스’의 흥행 실패와 함께 SBS ‘외출’, ‘경찰특공대’ 등에서 조연을 맡는 데 그쳤다. 문성욱 감독은 ‘댄스 댄스’가 마지막 작품이 됐다.

2019년 기준으로 설명하면, OCN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와 ‘빅이슈’에서 주연을 맡은 주진모와 2년 전 뮤지컬 배우 류정한과 결혼해 잠시 연기 활동을 중단한 황인영의 가슴 아픈 데뷔작이다. ‘러브’보다 더 본 사람을 찾기 힘들 수 있으나, 신인 배우 발굴이라는 귀중한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아직도 제목이 회자되는 영화다.


△ ‘카라’ (송승헌, 김희선 주연 - 서울 6만4347명)

영화 데뷔작인 떠오르는 청춘스타 송승헌과 당대 최고의 스타 김희선이 호흡을 맞춘 영화. 마을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지희(김희선)에게 첫 눈에 반한 선우(송승헌)의 이야기를 시간 여행으로 풀어낸 SF 멜로 영화다. 당시에도 시간 여행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주목받았다.

송승헌은 MBC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주목 받으며 MBC ‘그대 그리고 나’, SBS ‘승부사’의 주연을 맡으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카라’의 실패 이후에도 SBS ‘해피투게더’, KBS2 ‘가을동화’ 등에 출연하며 드라마 흥행 배우 이미지를 굳혔다. SBS ‘미스터큐’, MBC ‘해바라기’, SBS ‘토마토’까지 연이은 성공을 거두며 TV 시장을 제패한 김희선은 영화에 눈을 돌렸으나 ‘자귀모’에 이어 ‘카라’, ‘비천무’, ‘와니와 준하’ 등 실패를 거듭하게 됐다. ‘카라’로 데뷔한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 ‘역도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으며 영화계에 자리를 잡았다.

2019년 기준으로 설명하면, 현재 OCN ‘위대한 쇼’에 출연 중인 중국 배우 유역비의 전 남친 송승헌과 JTBC ‘품위있는 그녀’, tvN ‘나인룸’에 출연한 김희선이 20년 전에도 주연 배우로 잘 나갔음을 증명하는 영화다. 두 사람이 드라마 시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활약했는지 새삼 되돌아 볼 수 있다.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최지우 주연 - 서울 66만4861명, 전국 270만명 추산)

추석 개봉작은 아니지만 7월 개봉해 두 달이 넘게 극장에 걸려있던 흥행작. 1999년 개봉 영화 중 흥행 5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우형사(박중훈)와 파트너 김형사(장동건)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범인 장성민(안성기)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였던 박중훈, 안성기가 '칠수와 만수', '투캅스'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두 사람은 7년 후 네 번째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재회하게 된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잘생긴 얼굴을 자랑하던 장동건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시작으로 ‘친구’, ‘해안선’, ‘태극기 휘날리며’ 등 배우 이미지를 본격적으로 쌓아가기 시작했다. 영화 ‘올가미’, ‘키스할까요?’로 주연 배우로 올라섰던 최지우에겐 KBS2 ‘겨울연가’, SBS ‘천국의 계단’으로 이어지는 흥행 배우 이미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명세 감독이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거의 유일한 작품이다.

2019년 기준으로 설명하면, tvN ‘국경없는 포차’에서 유창한 영어로 분위기를 띄우던 박중훈과 영화 ‘사자’에 박서준과 호흡을 맞춘 안성기의 옛날 흥행작이다. 당시로선 대단히 스타일리시 했을 영상미와 세련된 이야기 구조는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다. 이후 다수의 예능, 드라마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국영화사에 남을 명작이다.


△ ‘식스센스’ (브루스 윌리스, 할리 조엘 오스먼트 주연 - 서울 79만7761명)

세 편의 한국영화와 다수의 외화를 모두 제치고 1999년 추석 시즌 최종 승자로 남은 영화다. 1996년 개봉한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와 함께 ‘반전’ 장르를 국내에 소개한 대표적인 ‘스포일러 금지’ 영화이기도 하다. 아동심리학자 말콤 크로우(브루스 윌리스)가 죽은 자들의 모습을 보고 대화를 하는 여덟 살 소년 콜 시어(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상담 치료를 진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 하드’ 시리즈와 ‘제5원소’, ‘아마겟돈’ 등으로 이미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였다.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식스센스’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에이 아이’(A.I.) 주연을 맡으며 기대되는 아역 배우로 손꼽혔지만 성인 배우로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당시 신인이었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대성공을 거둔 대표작이다. ‘언브레이커블’에서 다시 한 번 브루스 윌리스와 손을 잡았다. 

2019년 기준으로 설명하면, 영화 ‘23 아이덴티티’ 감독의 초창기 작품이자 안 봤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한 옛날 명작이다. 아직 ‘식스센스’의 반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 스포일러를 당하기 전에 빨리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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