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상이 시작됐다. 명절 직후인 이즈음부터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명절증후군의 증상은 겪는 사람마다 다르다. 과거에는 주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 남녀노소 모두가 겪는 질환으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남편들은 아내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고 자녀와 손주들을 자주 보기 힘든 노인의 근심은 늘어만 간다.
대가족이 사라지고 남녀 평등의식이 커지면서 가부장적인 명절 문화도 점차 옅어져 가고 있다. 이로 인해 40·50대 중년 남편들은 명절마다 ‘낀 세대’의 설움을 느낀다. 가부장제의 ‘남편 노릇’을 당연시했던 세대이자 아내와 자식들에게 ‘가장 역할’을 강요받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통을 고수하는 어른들과 명절 가사노동에 불만족스러운 아내 사이에서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표출되지 못하고 쌓이다 보면 신체적인 증상인 화병이 발생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남성 환자의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특히 40대와 50대의 경우 여성 환자가 2010년 5055명에서 2018년 4131명으로 20% 정도 줄어든 반면, 남성 환자는 같은 기간 686명에서 1052명으로 150% 이상 늘었다.
화병의 증상은 피로와 공황·우울·소화불량·두통·이명 등 다양하다. 증상이 지속되면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화병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틈틈이 시간을 내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명상·여가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집안의 어르신인 노인도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노인들은 명절 때만 되면 자식과 손주들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가족들과 북적이던 명절을 보낸 뒤 찾아오는 공허함은 노이늘을 쉽게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다. 이는 불면증·식욕 저하 등으로 이어져 체중과 근육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법은 충분한 영양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이다. 단백질과 칼슘의 섭취 비율을 올리고 걷기, 조깅과 같은 유산소 운동으로 근육·인대를 강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노인들의 경우 노화로 인한 회복속도가 더디므로 전문적인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임한빛 대전자생한방병원장은 “추석 동안 가족 간 갈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명절 후에라도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하는 등 근본적인 스트레스 관리에 임하는 것이 좋다”며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일시적이라 여기지만 제대로 해소해주지 않으면 신체적인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