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속 서민은 누구…“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보다 높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속 서민은 누구…“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보다 높아”

기사승인 2019-09-17 06:00:00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속 서민이 버는 월 소득은 신혼부부인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민형’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상향화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오는 29일까지 2주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는다고 전날 밝혔다. 금리는 연 1.85∼2.2% 수준으로 대출 기간에 따라 다르다. 온라인으로 전자 약정하면 0.1%p 추가 금리 혜택이 있다. 

신청 대상은 지난 7월 23일까지 실행된 변동금리 혹은 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다.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 모기지 상품이나 한도 대출, 기업 대출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격요건은 부부 합산 연소득이 8500만원 이하인 1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혼인 기간 7년 이내의 신혼부부나 2자녀(만 19세 미만) 이상 가구는 부부 합산 소득 1억원까지 가능하다. 또 시가 9억원 이하인 주택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

현재 서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상품의 자격 기준을 두고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특히 신혼부부의 반발이 큰데,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신혼부부를 서민이라고 볼 수 있냐는 설명이다.

예비 신혼부부 A씨는 “결혼을 앞두고 여러 가지 대출 상품을 알아보던 중 금리가 1%대인 이번 상품을 알게 됐다”며 “치열한 경쟁률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는 자격기준 폭이 너무나 넓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물론 연소득 1억인 사람들도 부자는 아니기에 이같은 상품을 누릴 수는 있겠지만, 이번 상품을 서민형 안심대출이라고 이름 지은 만큼 좀 더 서민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상품들이 다소 상향화 됐다는 지적이다. 신혼부부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까지 가능한데, 각자 연소득이 5000만원이라 치면 이들의 월급은 416만원 수준이 된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기준 가구원수별 중위소득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른 가구원수별 중위소득은 ▲1인 가구 175만7194원 ▲2인 가구 299만1980원 ▲3인 가구 387만577원 ▲4인 가구 474만9174원 ▲5인 가구 562만7771원 ▲6인 가구 650만6368원이다. 신혼부부의 경우 2인 가구 중위소득인 299만1980원보다 약 116만8020원 가량 많음을 알 수 있다. 

주거복지연대 관계자는 “상품에서 제시하고 있는 신청 자격을 살펴보면 중위소득 이상에 해당한다”며 “현재 행복주택도 부부합산 6500만원 정도로 상당히 상향화 돼 있다. 이에 맞춰서 대출 상품 기준도 정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1주택자 조건에서도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제기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1주택자에게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예컨대 30억짜리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저렴한 빌라 두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두고, 후자를 두 채를 소유했기 때문에 대출이 불가하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책 상품을 출시할 때 네이밍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본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나오게 된 배경은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이자부담 줄여주기 위해서였다”며 “정책 상품의 이름을 지을 때 ‘서민형’이라고 명명하지 않았다면 아마 반발이 거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금공 측은 대풀 상품을 더 많은 분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높은 기준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자격요건이 따로 없다가 이번에 새로 생기게 되면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라며 "기존 기준에서 더 많은 분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더 높은 기준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값의 경우 선착순이 아닌 낮은 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끊을 거기 때문에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혜택을 우선적으로 가져가는 등의 문제는 없을 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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