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전범기인데…나치기는 안 되고 욱일기는 된다?

똑같은 전범기인데…나치기는 안 되고 욱일기는 된다?

기사승인 2019-09-19 06:11:00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전범기인 욱일기를 이용한 응원이 허가돼 논란이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엄격히 금지되는 것과는 달리 욱일기는 일본 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18일 기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욱일기에 대한 홍보물이 게재돼 있다. 홍보물에는 “욱일기는 일본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상징”이라며 “‘풍어(豐漁)’를 기원하거나 아기의 출산을 축하할 때 사용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또한 “욱일기는 자위대기로서 국제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같은 홍보물은 일본어판과 영문판으로 각각 제작돼 지난 5월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사용한 전범기다. 일본은 패전 이후 한동안 욱일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954년 자위대가 창설되며 욱일기를 다시 내걸었다. 욱일기는 현재 일본 자위대의 상징 깃발이다. 의류,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욱일기 모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정치적 상징물이 금지되는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허락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외에서도 욱일기가 거리낌 없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헐리우드 배우 등이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착용하는 일도 빈번하다.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의 아들인 션 레논은 지난달 자신의 SNS에 욱일기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욱일기를 볼 때면 예술과 일본에서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전범기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한국인들은 역사교육을 못 받은 인종차별주의자”라며 “욱일기가 아시아 나치라는 생각은 어이가 없다”고 조롱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이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를 각각 상징 깃발로 사용했다는 점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두 전범기가 달리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전범’에 대한 각 국가의 대응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청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나치의 상징이었던 하켄크로이츠의 사용도 법적으로 제한됐다. 

반면 일본의 전범 청산은 흐지부지됐다. 일본 전범들은 패전 이후에도 부와 명예를 누렸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가문은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전범기업 ‘아소탄광’을 운영했다. 이외에도 일부 일본 정치인은 A급 전범의 위패가 보관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다. 

전문가는 외려 지금이 청산하지 못한 욱일기를 없앨 기회라고 봤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10년 넘게 진행했지만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린 지금이 적기”라며 “외려 논란을 만들어 세계적 여론 조성을 통해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서 ‘욱일기 금지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2차 세계대전 당시 고통받았던 중국과 필리핀 등과도 힘을 합친다면 욱일기 퇴치를 위한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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