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너공백’ 우려에 시계제로…초격차 깨지나

삼성 ‘오너공백’ 우려에 시계제로…초격차 깨지나

기사승인 2019-09-21 02:00:00

대법원이 최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파기환송 선고를 내린 가운데 이 부회장의 재판으로 인한 삼성의 ‘오너 공백’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연이은 재판에 발목을 잡히면서 삼성이 시계제로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3년여 동안 삼성은 국정 농단과 관련한 무수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수장들의 구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생된 노조 수사, 최근 대법원의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 선고 등이 이어지면서 사내 리더십이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올해 들어서는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인 일본 수출 규제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격화, 사우디 유전 피격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우려까지 겹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파기 환송 선고로 인해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회사 내부에서 ‘오너 부재’ 우려로 인해 삼성의 기술 ‘초격차’가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계 관계자는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이라며 “삼성은 한국 산업의 핵심 부품 및 소재, 첨단기술에 있어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금번 판결이 오너 공백으로 이어진다면 초격차가 깨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각종 외신들도 5G와 비메모리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 삼성전자가 오너 공백 우려 등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부의 시각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느끼는 위기감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끝난 후 사과문 성격의 이례적 공식입장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읍소하기도 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입장문을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은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소와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 등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일들이 있었음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입장문을 낸 것은 3년여 시간 동안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데서 나온 절박감이 외부적으로 표출됐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반도체 업황 부진·사우디 유전 피격·일본의 수출 규제 등 통제할 수 있는 대외변수가 산업계를 덮쳤다”며 “삼성전자는 연이은 악재로 임직원들의 사기를 비롯한 위기돌파를 위한 사내 역량이 흩어졌을 것이다. 최근 선고까지 더해져 미래전략(인수합병·대규모 투자) 수립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부터 26일까지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의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9일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26일 대법원 선고 전날 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전자계열사 밸류체인(가치사슬) 점검 및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현장을 격려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또 지난 추석 연휴에는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 리야드 메트로 현장을 방문해 명절에도 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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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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