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료 도중 환자에게 목숨을 잃은 고(故)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 불인정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자 지정 소관부처다. 지난 4월 복지부 의사상자 심의위원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위원회는 고인의 타인을 위한 노력 부분에 의문을 제기, 결정을 보류했다. 6월 말 심의위원회가 다시 열렸지만 결국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유족들은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자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정부는 직무 외의 급박한 위험에도 타인의 생명·재산 등을 구하려다가 사망한 사람은 ‘의사자’로, 상해를 입은 사람은 ‘의상자’로 지정하고 있다. 의사상자로 지정된 사람은 1971년 법이 제정된 이후 790명에 달한다. 의상자는 다친 정도에 따라 1급에서 9급까지 나뉘는데 보상금과 교육비 등이 지원된다.
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 관계자는 “(의사자 지정) 요건이 불충분했다고 위원회에서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지정을 위해서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CCTV를 보면 간호사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의사자로 선정하기에 미흡했다. 보다 적극적인 행위가 보였어야 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사상자로 지정되기 위해선 불이 났을 때 도망가라고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문을 두드려 이웃을 깨워서 대피시킨다든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사고가 났을 정도에서 지정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지부의 입장은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종로경찰서의 설명과는 좀 다르다. 경찰서 관계자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이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임 교수의 의사자 지정에 힘을 보태고자 동료 의사 및 국민들 4121명의 서명을 받아 의사상자 심의위원회에 전달했다. 학회는 복지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조만간 입장발표를 하겠다고 전했다. 관련해 한 정신과 의사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의사자’ 지정이 어렵다면 공무상 산재 등으로 라도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의사자 지정에 나름의 요건과 기준이 있을 테지만 복지부의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기계적인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숭고한 행위에 느끼는 바가 없는 비인간적 행정 방식에 실망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임세원법'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의사자 인정이 될 줄 알았는데 유감스럽다”며 “(정부) 규정에 따른 사항인 만큼 입법으로 보완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