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가장 보통의 연애’ 판타지 로코에 섞인 불편한 현실

[쿡리뷰] ‘가장 보통의 연애’ 판타지 로코에 섞인 불편한 현실

‘가장 보통의 연애’ 판타지 로코에 섞인 불편한 현실

기사승인 2019-09-27 07:00:00


“뭐해?”, “자니?”

짧은 두 개의 메시지가 스크린에 찍히자 객석에서는 탄식의 메아리가 울렸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매일 밤 술에 취해 메시지를 보내는 남자 주인공의 진상 플레이는 생각 이상이었다. 대체 이 남자, 무슨 사연일까.

‘가장 보통의 연애’는 오래 만난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파혼당한 광고회사 팀장 재훈(김래원)과 전 남자친구와 뒤끝 있는 이별 중인 선영(공효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늘 그렇듯 술에 취해 지난밤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재훈은 알 수 없는 번호의 누군가와 두 시간 동안 통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번호의 주인이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경력 사원 선영이라는 걸 알게 된 재훈은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몰라 난감해한다. 그러다 함께 술을 마시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제목과 배우만 봐도 영화의 내용과 결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결말로 가는 과정이다. 새로운 연애를 생각할 여유도 없고, 성향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티격태격의 연속이다. 함께 술을 마셔도 계속 부딪히고 칭찬보다는 악담을 나눈다. 그렇게 작은 인연들이 쌓여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가까워진다. 직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가까워지는 과정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연스럽다. 계속 지켜보는데도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기억하기 힘들 정도다.

단순히 연애에 대한 각자의 생각 차이를 이야기하거나, 진짜 연애가 무엇인지 가르치려는 영화는 아니다. 처음엔 재훈의 이야기로 시작해 그의 사연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였던 영화는 점점 말 못 할 사연을 극복해가는 선영의 영화로 바뀌어간다. 순수한 마음의 재훈보다 현실적이고 당당한 선영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사적인 연애사를 바탕으로 웃음과 공감을 일으키는 로맨틱 코미디 판타지에 여성의 연애를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 메시지를 섞었다. 동갑 남녀의 티격태격 로맨스로 볼 수도 있지만, 못난 남성을 구원하는 멋진 여성 서사로 읽을 수도 있다. 10~20대 관객보다는 30~40대 관객이 더 공감할 이야기다.

김래원과 공효진부터 강기영, 정웅인, 장소연 등 출연 배우 대부분이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주연 배우들은 힘을 빼고 조연 배우들은 지루하지 않게 빈 공간을 빠짐없이 채운다. 특히 선영 역할의 공효진은 그가 아니면 대체 불가한 연기를 펼친다. 다음달 2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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