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인해 양돈업계는 물론 대체육인 육계 가격까지 꿈틀대고 있다.
대형 유통·제조업체의 경우 사전에 비축해둔 물량이 있는 만큼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중·소 자영업자 등은 사태 추이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 출렁이는 돼지고기 가격… 육계 등 대체육도 ‘꿈틀’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돼지고기 가격은 ASF 발병 직전까지 약세를 유지해왔다. 실제로 축산물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6일까지 돼지고기 탕박 가격은 ㎏ 당 4497원으로 전년 대비 14.2% 낮았다.
소비량이 가장 많은 돼지고기 삼겹살 100g 평균 소매가 역시 16일 기준 2013원으로 전년 대비 9.5% 줄었다.
약보합세를 유지하던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ASF 첫 확인 판정 이후 오름세로 돌아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ASF 발병 이후 전국 돼지농장과 도축장,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스탠드스틸(일시이동중지명령)과 살처분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돼지고기 도매 평균가는 5255원으로 발병 전보다 16.9% 올랐다.
현재 돼지고기 도매시장 가격은 ㎏ 당 4584원으로 발병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27일 이후 추가 발병이 없어 이동중지 명령이 해지됐기 때문이다. ASF 잠복기가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2주가 넘어가는 만큼, 추가적으로 발병될 경우 다시 돼지고기 가격은 요동칠 수 있다.
소매가 역시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 100g 소매가는 전날 기준 2186원으로 전달 대비 13.3% 올랐다. 지난달 20일 이후 열흘 넘게 상승세다.
현재까지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체감은 크지 않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등이 돼지고기 가격을 90원 가량 인상했지만, 여기에는 할인행사 종료 등의 이유가 포함돼있어 ASF 영향만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동제한과 경매 등이 풀리면서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기존 비축 물량 등으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중국에서 ASF 발병했을 때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국내 제조업체들도 현재까지는 가격 인상 요인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만두·소시지·햄 등 가공제품 역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비축분을 활용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비축분이 소진될 경우 수입산 비중을 늘리는 등 대응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가격인상 계획은 없지만 수입산 돈육 가격 자체가 오를 경우 불가피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요동치면서 대체육인 육계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육계협회 시세정보에 따르면 육계(9~10호) 도매가격은 3000원으로 ASF 발병 전인 지난달 10일 2077원 대비 44% 인상했다. 소매가격 역시 같은 지난달 11일 kg 당 5041원에서 30일 5079원으로 올랐다. 오리고기 도매가격도 2501원에서 2534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 속 끓는 자영업자… “안 먹는게 더 무서워”
일선 정육점이나 삼겹살집 등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음식점 등은 ASF 확산에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나 제조업체처럼 농가와 계약을 통한 물량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가격인상폭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인체에는 영향이 없음에도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돼지고기 소비 자체가 줄어들 경우, 소상공인 생계는 더욱 어려워진다.
여기에 정부가 예방적 살처분을 10만마리까지 확대하기로 밝히면서 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중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하기로 한 농가들 가운데 남은 양돈 농가 11곳, 1만2000여두를 대상으로 살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6시 현재 경기 파주·연천·김포와 인천 강화 지역의 살처분 대상 농가 66곳 중 매몰 작업이 완료된 곳은 57곳, 8만5000여마리에 달한다. 살처분 작업이 완료되면 ASF 발병 이후 살처분된 돼지는 9만8000여마리가 된다.
제조업체와 일선 자영업자들은 가격 인상은 물론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소비 감소도 우려하고 있다.
앞서 2015년 1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적색육 등을 담배·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대형마트 등의 가공식품 매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우리 국민의 경우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량이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를 온전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발암물질 규정 발표 이후 대형마트 3사 햄·소시지 판매량은 20~40% 가까이 줄어드는 등 직접적인 타격이 이어졌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안모(54)씨는 “납품받는 돼지고기 가격이 부지불식간에 10% 정도 올랐다”면서 “속은 쓰리긴 해도 당분간이라면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학생들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누구 한명이 ‘찝찝하다’고 말하면 가게 앞에 있다가도 다른 곳으로 간다”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 문제가 더 뼈아프다”고 토로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사진=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