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이 이루어진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자의 몸에서 다량의 방사능 피폭 흔적이 검출됐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방사능 피폭 검사를 받은 탈북자 10명 중 5명에게서 이상 염색체와 방사선 피폭 흔적이 나왔다. 7개에서 59개까지의 안정형 이상 염색체가 검출됐다. 각각 방사선 피폭흔적은 1386, 493, 394, 394, 279mSv(밀리시버트)로 조사됐다. 다만 1386mSv가 검출된 탈북민은 암치료 등을 위한 방사선 피폭 치료의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7년 10월~12월 탈북자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피폭 검사에서도 4명에게서 이상 염색체가 검출됐다. 방사선 피폭 흔적도 279~394mSv로 조사됐다.
염색체 이상 판단 기준은 250mSv 이상이다. 1000mSv를 초과하면 사망 가능한 수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원자력발전소 종사자들의 경우 피폭선량 한도는 연간 50mSv다.
탈북 후 만 2년에서 9년이 지난 상태임을 고려했을 때 피폭 당시 수치는 심각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탈북자들의 방사선 피폭에 따른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 피폭과 인과관계를 가지는 지환은 없다”면서도 검사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검사를 받은 탈북자 대부분이 두통과 시력저하, 후각미각 둔화, 심장통증, 백혈구 감소증, 뼈와 관절의 고통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지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SAND연구소에서 지난 2016년~2017년 길주군 출신 탈북민을 심층 인터뷰 한 결과 “지난 2013년부터 가만히 서있어도 몸에서 땀이 나고 아무리 잘 먹어도 힘이 빠졌다. 두통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갔더니 진단을 못했다. ‘귀신병’이 들었다고 수군거린다” “2013년 5월부터 갑자기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됐다” “시력이 1.5에서 0.8로 떨어졌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등의 증언이 나왔다.
통일부에서 이러한 검사 결과를 축소 공개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7년과 지난해 피폭검사 결과는 모두 국내외 공표 자료 등에서 찾을 수 없고, 상세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검사결과에 대한 전권은 통일부와 하나재단에 있어 원자력병원 등에서 학술연구목적으로 이를 사용할 수 없다.
정 의원 측은 길주군 출신을 포함해 그 외의 탈북자들에 대한 추가 검사 실시와 피검사자에게 검사결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 피폭문제를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의제로 반영할 것 등을 제언했다.
북한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 2017년까지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총 6차례 핵실험을 진행해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