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빵 가게에서 피어오르는 빵 굽는 냄새를 다들 맡아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 고소하면서도 맛있는 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가곤 했었죠.
오늘 도전한 것은 바로 ‘상하농원 밀크빵’ 만들기입니다. 상하농원에서 진행되는 체험교실 중 하나입니다. 미리미리 찾아보니 보통 상하농원을 찾는 가족들이 많이 신청한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넓은 시험장에는 10여팀 정도가 자리했습니다. 2인 1조로 진행되는 체험이었습니다. 3~5세 유아가 많았고 부모님들이 함께 자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동행한 기자와 테이블 앞에 섭니다. 각각 테이블에는 오늘 체험에 필요한 재료들이 놓여있습니다. 밀가루와 블루베리 잼, 그리고 하얀 가루가 담긴 작은 비닐이 여러개 눈에 들어옵니다. 적당히 재료를 불에 넣고 볶다가 소스를 넣어서 익히면 됐던 그간의 평범했던 쿠킹클래스와는 달리, 제빵은 처음인지라 조금은 떨립니다. 체험장 입구에 붙어있는 밀크빵 설명은 자그마치 별이 다섯 개입니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설명도 붙어있습니다. 그래도 오늘 체험을 같이하는 참가자들의 평균연령이 낮은 데다, 앞에서 선생님이 차근차근 알려주실 것이기에 심호흡을 크게 해봅니다.
재료는 유기농 밀가루와 소금, 설탕, 이스트, 블루베리잼, 우유, 그리고 버터입니다. 원재료들은 대부분이 상하농원에서 생산된 것들입니다. 이외에 반죽을 섞기 위한 볼(Bowl)과 반죽을 자르기 위한 스크레퍼가 보이네요. 이밖에 가위와 주걱, 그리고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빵을 구울 때 사용하는 그릇과 기름종이도 있습니다. 그릇에는 ‘224’라는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제빵을 직접 해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나름대로 사전지식은 탄탄하다고 자부합니다. 어릴 적 만화를 좋아했던 탓에 대략적인 지식은 습득한 상태였거든요. 음, 중학교때 즐겨 읽었던 ‘따끈따끈 베이커리’라는 만화가 떠오릅니다. 오늘 재료를 보아하니 분명 밀가루에 우유와 소금, 설탕, 이스트를 넣고 반죽을 치댄 뒤 구워내는 형식일 겁니다.
틀렸습니다. 어릴적 봤던 만화에는 밀가루를 볼에 담은 뒤 작은 구멍 세 개를 만들어 각각 소금과 설탕, 이스트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볼에 이스트부터 넣으라고 하십니다. 순간 선생님의 말씀과 나의 지식 어느 것을 믿어야 하는가 고민이 있었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합니다. 지금은 종영된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예능인이 김치전을 구우면서 전문 셰프분과 다투던 모습이 순간 스쳐갑니다.
손을 이용해야 하는 체험교실이기 때문에 위생이 중요하죠. 또한 반죽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해야하기 때문에 주변도 깔끔하게 정리해야합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분무기를 이용해 알코올을 테이블 위에 뿌려줍니다. 소독을 마치고 손도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이제 밀크빵을 만들기 위한 준비는 모두 마쳤습니다.
볼 바닥에 이스트를 깔고 밀가루를 넣습니다. 이후 소금과 설탕을 각각 나눠 넣은뒤 밀가루로 위를 덮어줍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어차피 섞일 건데 처음에 나눠 넣는다고 무슨 문제가 있지?’하는 것이었죠. 선생님께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수업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이스트가 반죽 전에 소금이나 설탕과 만나면 제대로 반죽을 발효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스크레퍼를 이용해 반죽을 살살 섞어준 뒤, 상하농원 우유를 부어줍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한 번에 우유를 다 넣으면 반죽이 너무 질어지기 때문에 치대기가 힘들어집니다. 조금씩 우유를 나눠 넣으며 농도를 봐 가면서 하면 된다고 하네요. 여기까지는 아주 쉽습니다.
어느정도 형태가 잡히면 반죽을 볼에서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려둡니다. 손바닥 아래쪽에 반죽을 두고 쭈욱 밀어내며 반죽을 계속합니다. 5분정도 계속하니 팔목이 시큰해져옵니다. 선생님은 ‘반죽이 매끈해질때까지’ 해야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별 다섯 개 치고는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어린이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책정된 난이도 같습니다. 오래 치댈수록 반죽에 찰기가 생겨 빵이 맛있어진다는 말에 열심히 팔에 힘을 주어 반죽을 밀어냅니다. 계속되는 반복 노동에 정신이 멍해집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양떼목장을 쳐다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려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재료가 눈에 들어옵니다. 버터입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반죽을 조금 편 뒤 버터를 올려둡니다. 그리고 아래쪽 반죽을 끌어올려 버터를 덮은 뒤 다시 반죽을 시작합니다. 아뿔싸, 힘주어서 반죽을 내리누르는 순간 버터가 반죽 밖으로 튀어나옵니다. 당황한 사이 선생님이 ‘버터가 튀어나올 수 있고 반죽이 질척해지니 질척거림이 없어질 때까지 반죽하면 된다’고 하십니다. 크게 틀린 것은 아니었군요.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문제는 해도해도 끝이 없다는 점입니다. 테이블에는 질척해진 반죽들이 묻어나 난장판입니다. 다른 참가자들을 보니 다들 비슷한 상황입니다. 반죽을 계속 하다보면 테이블에 묻은 반죽도 다시 반죽덩어리에 합쳐지면서 매끈해진다고 하네요. 이렇게 된 이상 선생님 말씀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옆 테이블 참가자들은 벌써 동글동글하고 매끈한 반죽이 만들어지는데, 아직도 제 반죽은 지점토 같습니다.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재능’은 없는 듯하네요. 지성이 감천이라, 계속 반죽을 치대다 보니 얼추 모양이 갖춰집니다. 겉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 뒤 바닥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펴줍니다.
여기에 마지막 원재료인 블루베리 잼을 펴 바른 다음, 김밥을 말 듯이 돌돌 말아줍니다. 여기까지 하니 크로와상과도 비슷한 모양입니다. 이 반죽을 스크레퍼로 똑똑 잘라냅니다. 김밥같기도 한 요 반죽들을 오븐그릇에 옮겨담습니다. 그릇에 적힌 ‘224’번과 동일한 숫자가 적힌 종이를 받았습니다. 혹시 그릇이 뒤바뀌어 자신이 만든 빵을 찾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입니다. 반죽은 약간의 숙성을 거친 뒤 오븐에 구워냅니다. 약 한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이 시간동안 참가자들은 다른 체험교실을 둘러보거나 할 수 있습니다.
한시간 동안 상하농원을 거닐다가, 시간이 돼서 완성된 빵을 받았습니다. 친절하게 종이 상자에 포장해주셨네요. 슬쩍 열어보니, 모양이 영 별로입니다. 이 빵을 표현할 수 있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여럿 있지만, 넣어두도록 하죠.
처음 해본 제빵은 즐거웠습니다. 중간중간 ‘어떡하지?’하는 고민이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해결됐고,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빵은 사 먹는 게 제일입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