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통시장 성공사례 있는데… 맥 못 짚는 정부

[기자수첩] 전통시장 성공사례 있는데… 맥 못 짚는 정부

기사승인 2019-10-11 05:00:00

전통시장 살리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각 정부의 숙제이자 골치였다. 내노라하는 다양한 아이템과 재정적인 투자가 이뤄졌지만, 거대한 유통공룡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시장은 몇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성공사례’가 분명하게 있음에도, 정부와 관계부처는 천편일률적인 대응만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박상훈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연구교수와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발표한 ‘소셜 빅데이터를 이용한 전통시장 활성화 요인 도출 연구’에 따르면, 망원시장은 성공사례로 꼽힌다. 

망원시장은 생활밀착형 시장으로 시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로 찾는 전통시장이다. 반경 1㎞ 인구는 8만5692명으로 인근 대형유통상업시설은 2곳, 중소규모 유통상업시설은 19개였다. 반면 비교군인 수유시장은 1㎞ 반경 인구는 9만5392명, 대형유통상업시설은 1곳, 중소규모유통상업시설은 30개였다. 

중소규모 유통상업시설 갯수에서 차이를 보였지만 인구나 가구 등이 수유시장이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두 시장의 지리적·환경적 요인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두 시장의 매출액 차이는 현격하다. 연구진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두 시장의 13개 공통업종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망원시장이 이중 12개 업종 매출이 높았다. 업종 평균매출액 합계도 망원시장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이같은 차이를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한 키워드에서 찾아냈다. 망원시장은 2004년 당시 망원렌즈와 카메라 등 시장과는 관련 없는 단어들이 핵심어로 묶여있었다. 그러다 2014년 맛집, 닭강정 등 시장 관련 단어가 연계되면서 반등을 이뤘다. 인터넷과 TV 프로그램 등 네트워크 키워드들이 많아지면서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세를 이끈 것이다. 

물론 시장 자체적으로도 도로정비, 아케이드화, 공통 인테리어, 위생 등에 신경쓰며 한 번 찾아온 소비자들을 놓치지 않았다. 현재 망원시장은 평일 기준 하루 1만2000명, 주말 2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소비자들이 SNS 등에 올리는 시장 정보들은 또 다른 소비자들을 불러내는 매개체가 된다. 선순환이다.

정부부처는 여전히 맥을 짚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통시장 화폐인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105억원에서 1조4916억원으로 142배 증가했다. 누적 판매액은 7조870억원에 달한다. 회수금액은 6조8554억원으로 회수율은 96.73%에 달한다. 숫자로만 보면 온누리상품권의 시장 안착은 기정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전통시장의 결제수단별 매출에서 온누리상품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3.4% 밖에 되지 않는다. 상품권이 팔리고 다시 회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처가 본래 목적인 ‘전통시장’이 아닌 이른바 ‘상품권깡’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는 1500여개가 넘는 전통시장이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사용되는 온누리상품권은 극히 드물다. 정부에서는 상품권 불법유통시 과징금을 높이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정부부처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에 전통시장 지원 예산의 30%에 달하는 1771억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망원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상인들의 자체적인 노력, 그리고 시장 트렌드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물론 온누리상품권의 역할도 전혀 없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주(主)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10여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하나의 해답이 발견됐다면, 이를 활용해야한다. ‘덮어놓고 투자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낙관론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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