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총 23일간 진행되는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0일째에 접어들었다. 이날 국감은 3달여간 이어온 ‘조국’ 정쟁에서 현장 중심, 현안 중심이라는 국감의 본모습으로 일부나마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상임위원회는 감사대상기관의 업무에 따라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현안들도 일부 부각됐다.
10일째인 11일, 여의도 국회는 한산했다. 기획재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4곳만이 국회에서 국감을 치렀기 때문이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회는 대구고등법원 및 대구검찰청, 국립괴산호국원, 부산시청 및 부산경찰청, 전북도청 및 전북경찰청, 한국전력본부, 육군본부, 주중대사관 등지에서 감사를 진행했다.
이처럼 감사대상기관이 위치한 현지에서 국감이 이뤄져서인지 대부분의 감사가 오후 6시 이전에 마무리됐다. 언급된 사안들 또한 크게 사회적 화두가 되거나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는 얻지 못했다. 다만, 기존에 논란이 됐던 사안들이 재점검되거나 일부 기관들 혹은 제도나 정책의 문제점들은 여러 의원들의 질문 속에서 주요 사안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국감을 진행한 환경노동위원회였다. 환노위는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직장내 괴롭힘 관련 진정에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후 종결 처리한 서울지청의 조치에 대한 문제나 광양제철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중대형사고에 대한 조치, 산업재해 인정여부 등의 문제 등이 조명됐다.
주52시간의 적용, 최저임금 논란 등에 대해서는 한때 여·야 간 공방도 벌어졌다. CJ헬로비전의 불법하도급 및 관할지청들의 근로감독 지연문제도 수면에 떠올랐다. 이와 관련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환노위 국감을 마무리할 즈음 “힘없는 노동자들, 억울하게 당하는 근로자들을 구해주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지청이 있는 것 아니냐”며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부당노동행위와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는 육군의 병력감축계획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전투력 저하를 보완할 방안, 최첨단 무기에 대한 방어체계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부산 및 대구 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도 드론 등 최첨단 기술을 악용한 각종 시설물 테러에 대한 대응체계, 지자체 및 행정기관의 수동적 행정문제 등이 입에 올랐다.
이 외에도 여러 위원회에서는 ▲대구와 부산의 신공항 건설문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확대 및 전기료 인상 ▲한전공대 건설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여부 ▲도로교통공사 친인척 채용의혹 ▲정부출연들의 문어발식 분원설립 및 연구비 횡령 등 운영문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방안 등 다양한 주제들의 질의와 지적이 때론 뜨겁게, 때론 심각하게 이뤄졌다.
◇ 기재위서 소득주도성장 두고 野, ‘실패’ vs 與, ‘효과’
특히 이날 뜨거웠던 공방은 기재위가 통계청과 관세청, 조달청을 상대로 진행한 국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수치로 보여주는 실업률과 고용률, 소득 분위별 가계소득 등 경제관련 통계를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치열하게 맞섰다.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소득구분 하위 20%인 1분위 평균소득이 내려가는 것을 고령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한 것과 관련 강신욱 통계청장에게 “1분위 소득을 보면 2016년부터 하락을 시작한다. 그렇지만 이전에도 노령화는 계속됐다. 갑자기 소득이 떨어진 것이 고령화로 설명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나빠진 것은 나빠졌다고 인정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최 의원은 통계청이 2016년도에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2018년 36만명을 상회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출생률 추계를 제시하며 “내년엔 30만도 안 된다고 한다. 추계가 완전히 엉터리로 됐다. 올해 내놓은 추계도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잘못된 통계는 오히려 국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안 만든 것보다 못하다”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최 의원 외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고용률과 취업률, 실업률 등의 수치를 제시하며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들고, 정부가 130조원에 달하는 정책자금을 쏟아부어 단시간 일자리를 늘려 취업률을 부풀리는 등 통계적 조작을 조직적으로 해왔고, 통계청이 이에 동조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인구감소분을 고려한 연령별 고용률 통계를 제시하며 인구가 감소하며 취업자가 줄어든 것일 뿐 인구감소분을 반영하면 오히려 30대에서나 50대 등에서 고용률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등 방어에 집중했다.
전반적인 세계시장의 침체와 국내여건의 악화로 경기불안요소가 많지만 확장적 재정정책과 여러 제도적 장치들로 반등할 기회가 있으며,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으로 기회를 잡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일자리 관련해서도 고령화로 인해 단기일자리 또한 늘려야 노년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며 문제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기재위에서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정확하고 명쾌한 통계의 제시와 함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마약류 유통과 해외직구 등 전자통신망을 이용한 유통구조의 변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높아진 방사능 공포 등에 대한 관세청의 대응문제와 현실적 어려움, 개선을 위한 방안 등을 지적하거나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 빠지지 않는 ‘조국’… ‘휘발유’된 윤석열 별장접대 의혹
일련의 현장 중심 국감에서도 조국 법무부장관과 관련된 사안을 다뤄야하는 상임위원회들에서는 어김없이 관련 의혹들이 제기됐다. 특히 윤석열 검찰청장이 별장접대를 받았다는 이날 오전 한 언론사의 보도로 촉발된 의혹과 관련 의혹제기가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맡았던 업무와 연관됐다는 점에서 두 사건이 연계되며 휘발유 부은 불꽃처럼 크게 번지기도 했다.
핵심은 단연 법제사법위원회였다. 이날 대구지방법원과 대구지방검찰청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검찰개혁, 조 장관 일가를 향한 검찰수사,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별장접대 의혹 관련 재수사보고서 상 윤 총장 상대 별장접대 여부언급 유무, 윤 총장 임명 당시 민정수석실 검증과정에서의 접대사실 누락여부 등이 집중적으로 질의됐다.
특히 현 대구지검장인 여환섭 지검장이 김 전 차관 사건 수사가 이뤄진 2013년 당시 청주지검장으로 검찰수사단을 이끌었던 만큼 윤 총장이 김 전 차관의 스폰서였던 윤중천 씨의 별장접대를 받았는지 여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여 지검장은 “수사기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을 본 적이 없다”는 등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한국당은 검찰의 ‘조국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언론공작이자 윤 총장을 찍어내려는 세력의 음모 겸 물타기라며 검찰개혁안 발표문제와 함께 여당과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조국 동생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신청을 기각한 명재권 영장전담판사의 결정을 ‘사법농단’이라고 비난하며 사법부의 권력을 향한 꼬리치기라는 식의 질타도 쏟아냈다.
여기에 맞서 민주당은 윤 총장 별장접대 관련 의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야당의 공세에 “사법부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법리적 비판이 아닌 이념과 진영논리, 자의적 판단,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비판하는 것이 바로 사법농단”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파하려는 모습들도 보였다.
한편 법사위와 함께 조 장관 관련 논쟁이 있었던 위원회는 과방위와 기재위였다. 과방위에서는 조 장관 딸이 3주간의 인턴을 했다고 알려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가 피감기관이서인지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병권 KIST원장으로부터 인턴증명서는 허위이며 관련자를 빠른 시일 내에 징계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기재위의 경우에는 조달청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요청으로 진행한 버스 공공와이파이 사업 입찰과정에서 조 장관 가족이 주체인 사모펀드가 참여한 PNP컨소시엄의 자회사 메가크래프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과 관련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기재위에서는 한국당의 맹공에도 정무경 조달청장에게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