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자도 건강보험료 경감...'해촉증명서' 한장만 있으면

고액 연봉자도 건강보험료 경감...'해촉증명서' 한장만 있으면

기사승인 2019-10-14 16:43:44

#경기도에 사는 김씨는 매년 건강 보험료 조정 신청을 통해 4년간 보험료 713만원 중 325만원을 할인받았다. 김씨는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해촉증명서’를 제출해 ‘납부능력 없음’을 인정받았지만, 실제로는 연평균 2천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고 있었다. 보험료 조정 과정에서 건보공단이 당해연도 소득을 파악할 수 없다보니, 진위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해촉증명서’만 믿고 보험료를 할인해줬던 것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본인이 제출하는 '해촉증명서' 한 장으로 '납부능력'을 판단하고 있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 경감' 제도는 1978년 섬, 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절반만 내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이 제도를 통해 2018년 한 해 동안 경감 해준 보험료는 총 1조648억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당해년도 보험료 수입 대비 1.98%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고, 재산이 2억3000만원에 외제차도 두 대나 소유한 사람도 감경혜택을 받고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실제로 건보료 상한액인 318만원을 납부해야 하는데, '농어촌 경감'으로 70만원의 보험료를 할인받았다.

대표적 경감대상인 취약계층의 경우 '2018년 건강보험 부과체계 1차 개편'을 통해 1인당 월 보험료가 4만8690원에서 3만7527원으로 1만1163원의 인하되었는데도 추가로 10~30%를 경감 해 주고 있는것이다. 

건강보험 수입은 보험료(82%), 국고(12.8%), 부당이득금 징수금(6.2%)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보험료 수입이 가장 큰데, 2018년 현재 직장보험료 46조(86%), 지역보험료 8조(14%)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 자동차,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1단계 개편 이후 재원별 보험료 비중을 살펴보면 재산보험료 44% 자동차보험료 2.7%, 소득보험료 53.4%로 나타나 재산과 자동차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률이 낮다'는 이유로 재산과 자동차에까지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건보공단은 국세청으로부터 통보받은 소득에 부과된 보험료를 자체적으로 할인해주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가입자는 매년 5월에 '전년도 (연간)종합소득'을 국세청에 신고하고, 건보공단은 그 자료를 국세청으로부터 11월에 통보받아 보험료를 산정한다. 이렇게 산정된 보험료를 '그해 11월부터 다음해 10월까지' 1년동안 부과하는 방식이다. 결국 실제 소득 발생시점으로부터 1년 이상 지나서야 보험료를 부과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과거 국세청에 신고한 분명한 소득이 있었음에도, 실제 보험료 납부 시점의 납부능력이 문제가 된다. 

때문에 건보공단은 '보험료 납부 시점의 납부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있는데 이것이 '보험료 조정제도'이다. 이로 인해 1년 전에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이 있었더라도, '현재 납부능력 없음'만 소명되면 당초 신고소득이 순식간에 0원으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특히 지역가입자는 건보공단 지사에 휴, 폐업이나 해촉 등을 증빙하는 서류만 제출하면 보험료 할인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조정된 소득 건은 총 50만4096건으로 당초 소득금액 13조2080억원은 조정 후 3조4067억으로 줄었다. 무려 10조원의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었으나 조정제도로 날아간 셈이다.

김상희 의원은 “보험료 경감제도는 40년전에 시작한 제도로 의료접근성, 부과체계 개편 등 시대적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시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료 조정제도는 적극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가입자들만 알고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부과된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하는 가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건보공단은 이 제도로 누수되는 보험료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연구용역에 착수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지영 인턴 기자 circl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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