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나 고령 계약자를 위해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고, 보험금 청구 지정대리인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요 보험사들이 이같은 지정대리인제도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9개의 생명보험사에서 올해 기준 누적 판매된 치매보험 196만3711건 중 대리청구인을 지정한 비율은 6.9%인 13만5946건에 그쳤다.
특히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의 경우 지정 비율이 극히 저조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2017년 판매한 16만8980건 중 14건, 2018년 판매한 17만4532건 중 16건, 2019년 판매한 34만8999건의 치매 보험 중 가입자가 대리청구인을 지정한 건수는 5건만이 대리청구인을 지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보생명의 대리청구인 지정건수도 2017년 16만50건 중 630건, 2018년 19만5311건 중 613건, 2019년 20만3235건 중 703건에 머물렀다. 삼성생명의 경우 2017년 7440건 중 205건, 2018년 6975건 중 378건, 2019년 5만4397건 중 4039건이 대리청구인 지정건수였다.
지정대리인 청구 서비스는 치매보험 등 보장성 보험의 보험금 청구와 수령을 가족이 본인을 대신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의 경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계약자 본인이 보험금 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상실과 의사능력 결여 등으로 보험계약자가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이와 관련 전재수 의원은 “보험금 지급에 있어 가입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최근 치매보험 고객 확보를 위해 높은 보장을 설정해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던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문제와 직결된 부분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판매에만 혈안이 돼 소비자 보호는 외면하고 있는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소비자 보호에 더욱 신경써야 할 대형보험사일수록 지정비율이 낮아, 이에 대한 강경조치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형보험사일수록 지정대리인 제도 활용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지적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한 ‘치매보험 계약 시 지정대리인 청구 서비스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로 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