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16번째 날인 17일 진행된 13개 상임위원회 국감현장 중 다수가 다시금 ‘조국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모양새를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그간 제기된 조 전 장관 관련 논란을 다시금 끄집어냈다. 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발표로 인해 정세와 여론은 급변했지만 국정감사 분위기는 여전했다. 이는 국정감사가 사실상 이틀만을 남겨둔 종반이라, 질의할 내용이 많이 소진된 영향이 크다. 또한 내년 총선을 준비로 대상기관에 대한 관심도 부족했다.
가장 뜨거웠던 국회 상임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였다. 이날 법사위 국감은 여야정쟁은 물론 ‘국론분열’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그 한 축을 담당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장으로 있고, 조 전 장관 일가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등이 소속된 대검찰청이 피감기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의원들은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와 검찰개혁에 대한 비판적 질의를 쏟아냈다. 여기에 맞서 여당 의원들은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한 야당의 질문공세에 언성을 높이며 항의하는가 하면, 여타 수사과정을 포함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문제나 정·검 유착문제를 지적하며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의 개혁의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조 전 장관 딸이 인턴증빙자료를 제출하는 영상이라며 조 전 장관 측이 제시한 영상을 공개하며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허위인턴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그는 “함께 인턴을 한 장 교수의 아들과 박 변호사의 아들이 저 사진을 보고 (딸로 추정되는 영상 속 여성은) 조국 딸이 아니라고 진술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주 의원은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국감 다니면서 부끄럽고 창피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 ‘조국팔이’ 그만하고 국정감사 좀 하고 나랏일 좀 하자”고 한 질타에는 “‘조국팔이’가 절대 아니다. 가족들이 수사 받는 과정에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가 있었고 조 전 장관 본인 해명도 납득 안 됐다”며 질의의 당위성을 항변하기도 했다.
심지어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총장님이 얼마나 힘들까’ 제가 윤석열이라는 사람한테 이런 감정이 들 수 있을까라고 저 스스로 놀랐다. 윤 총장은 그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있는데 정치권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요구와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검찰을 장악하려는 개혁에 저항하며 “지금처럼만 하라”는 뜻도 전했다.
기타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에 대한 ‘황제소환’ 등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해 윤 총장은 “어떤 수사든 검찰은 가장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수사절차는 가장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확답했다.
이외에 법사위 국감에서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과정에서 발생한 국회의 폭력사태 관련 수사나 검찰개혁의 방안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야 간 대립이 이어지며 국감장이 다시금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 ‘조국’ vs ‘민생’, 투트랙 국감 여전=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연구기관 23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정무위원회의 국감에서는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 조 전 장관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진땀을 흘렸다. 한 원장은 조 전 장관의 은사이자 조 장관의 자녀들이 서울대에서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을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으로 재직했다는 이력이 문제가 됐다.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발급한 인턴 예정 활동 증명서를 문제 삼았다. 성 의원은 “2013년 7월 15일 인턴 예정 활동 증명서를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떼 준적이 있느냐”고 발급사실을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 원장은 “검찰에서 수사 중이기 때문에 답하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한 원장을 ‘제2의 조국’이라며 비난했다.
이에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아직도 조국 국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했고, 같은 당 의원들은 국감을 형사정책연구원장 청문회가 아니라며 야당을 힐난했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 아들에게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당시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이 형사정책연구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 등 야당의 공세는 한동안 계속됐다.
법사위· 정무위와 함께 한국방송공사(KBS) 대상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가 검찰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KBS가 외부위원을 위촉해 조사위원회를 두고 조사하겠다고 결정 관련 논란이 일었다. 야당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불거진 ‘여기자 성희롱 발언 논란’을 놓고도 KBS를 몰아세웠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KBS 위에 유시민 씨가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라며 양승동 KBS 사장의 친정부적 편향 문제를 지적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도 “유시민 씨 말 한마디에 굴복해 조사위를 구성하고 청와대에 충성맹세를 하는 게 비굴한 행동이라 보지 않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주요 관심 상임위 국정감사가 ‘조국 블랙홀’에 휩쓸린 상황에서도 여타 현안질의들도 함께 이뤄졌다.
과방위 위원들은 KBS 국감에서 조 전 장관 관련 의혹과 함께 KBS가 한국전력에게 위탁해 징수해온 수신료가 방송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불법징수였다는 점이 제기되는가 하면, 시사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의 ‘태양광 사업 복마전’이란 보도내용 관련 외압의혹도 주요 사안으로 거론됐다.
한국마사회 대상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D등급을 받으면서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는 직원들의 실태 등 마사회의 경영문제를 비롯해 불법 경마 문제, 도박중독 치유예산 집행부족, 영천경마장 사업 정상화 및 말 관리사 고용구조 문제 등이 지적됐다.
기획재정위원회가 진행한 대구·광주 등 지방국세청과 한국은행 지역지점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대구와 경북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가 26년째 전국 꼴찌라는 점을 비롯해 우려스러운 경제상황에 대한 기관들의 부족한 문제해결노력이, 광주국세청의 비정기세무조사의 문제점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밖에도 국방위원회의 육군 제2작전사령부 국감에서는 드론 공격에 대한 군의 부실한 대응체계가, 통일부를 향한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는 정부정책으로 인해 북한과의 월드컵 예선전 관련 무관중·무중계 사태와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남북 간 방역체계 협력구축 지연이 문제시됐다. 수도권 교육청을 대상으로한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고교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적성(세특)’ 기재의 표준화 문제가 민주당 김병욱 의원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