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실질적으로 3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일부 상임위원회는 종합감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상과 맹탕사이 어딘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반쪽’ 국감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14개 상임위 중 기획재정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제외한 12개 위원회는 18일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관 산하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행정 및 제도운영의 부족한 점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심지어 상임위 5곳은 국감의 마지막 절차인 종합감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국정감사 일정상으로는 오는 24일까지지만, 여러 이유로 종합감사일정이 23일과 24일로 밀린 행정안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를 제외하면 나머지 상임위의 일정은 오는 22일이면 모두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종합감사는 절름발이였다. 당장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대상으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는 파행과 부실로 점철됐다.
◇ ‘증인수난’으로 삐걱댄 정무위
앞선 국가보훈처 국감에서 증인출석요구가 됐지만 동행변호사의 개인적 사유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던 피우진 전 처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은 했지만 증언은 물론 증인선서까지 거부하며 입을 닫았다. 이에 국감이 한 때 파행됐다.
이후 재개된 국감에서도 피 전 처장에 대한 야당의 비난과 고발요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피 전 처장은 거의 전부에 가까운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답변하지 않겠다”와 “심문요지에 없는 내용으로 준비가 부족해 서면으로 주면 서면으로 답하겠다”는 답만을 남겼다.
피 전 처장과 관련된 건을 제외하고도 정무위는 증인으로 인한 수난을 또 겪었다. 혐한방송을 계속하고 있는 DHC 문제로 국감증인으로 채택된 김무전 DHC코리아 대표가 국감을 피하기 위해 일본출장을 의도적으로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10명의 증인 중 김 대표 외에도 3명의 증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국감에 나오지 않아 논란이 됐다.
콜린 클라크 써브웨이코리아 대표의 증언 후 외국인 증인채택도 화두가 됐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통역 등 시간상 문제 등으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의 증인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국감에서의 위증과 주요사안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현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전 대표 증인채택과 사익편취의혹도 문제시됐다.
한편 증인수난을 벗어난 정무위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사퇴 후 여의도 복귀설 등이 핵심 쟁점으로 논의됐다. 이 외에는 보훈처 관련 각종 의혹과 수사, 내부직원 비위문제를 비롯해 해외금리연계파생상품(DLF·DLS) 문제, 골프존과 써브웨이, 대우해양조선 등 기업의 하청업체 혹은 가맹점에 대한 갑질, 상조업체 부도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 ‘조국’ 벗어나지 못한 과방위·교육위에 ASF로 여·야 합세한 농해수위·환노위
정무위 외에도 종합감사를 진행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외교통일위원회(외교위), 교육위원회(교육위)에서는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 이후 임에도 여전히 조 전 장관의 딸 인턴경력과 봉사활동 문제가 주요 사안 중 하나로 다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를 대상으로 한 과방위 종감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조 전 장관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활동증명서 허위논란이, 서울교육청 등을 대상으로한 교육위원회(교육위) 국감에서는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이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근무할 당시 자녀가 받은 상장과 대학입시의 연관성 의혹이 언급되며 위법여부가 집중 질의됐다.
이밖에 이들 상임위 종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차별과 인권문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퇴직교사들의 특별채용 문제, 조국 사태로 촉발된 교육체계 개편과 자율형사립고 및 외국어고등학교 등의 일반고 전환 논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장비의 보안문제, 이동통신 2사의 담합 및 과징금 징수문제 등이 제기됐다.
조국 사태와는 거리가 있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와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종감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 정부의 대처가 미흡해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에서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북한과의 공동방역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등의 추가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 현안지적 및 위원회 운영행태, 피감기관의 태도 등 문제… 절반의 실패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산업위) 산업통상자원부 종감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화두로 떠올랐다. 탈원전에 따른 산업생태계의 변화, 에너지 생산문제로 인한 비용과 예산의 증가, 에너지 소비증가와 발맞춰 이뤄진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확산과 잇따른 화재사고에 대한 정부대책 등 정책설계와 지원, 제도적 미비함 등이 언급됐다.
탈원전과 달리 산업위에서는 성인용품 ‘리얼돌’과 같은 주제도 다뤄졌다. 신체를 본떠 촉감과 형태 등을 실물처럼 만든 성인용품인 리얼돌 관련 산업의 세계적 성장세나, 대법원의 수입허용 판결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이 원천적 수입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산업적 가치에 대한 의문이라는 주장이 충돌했다. 특정인물을 형상화한 리얼돌의 제작 및 유통의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한 언급도 이뤄졌다.
한편 사건사고에 대한 지적은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청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도 있었다. 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의 사망사건과 관련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내부보고서가 직원에 의해 외부로 유출된 사건과 관련된 문제제기였다. 이와 관련 권미혁 민주당 의원은 “유가족을 2번 죽이는 일”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채용비리 문제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쟁점사안이었다. 야당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지난해 국감에서 ‘채용비리가 없다’고 증언한 전임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위증죄로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호중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감사원 감사를 왜곡 해석했다며 설전을 벌였다.
이밖에 부산침례병원과 대구사회서비스원 현장점검에 나선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와 제주해군기지를 방문한 국방위원회, 군사법원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로 발길을 옮긴 법제사법위원회도 이날 국감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장방문의 목적보다는 외유성, 형식적 국감이 이뤄졌다는 평가도 일부에서 받았다.
특히 복지위의 경우 대구시 사회서비스원 ‘희망마을(전 대구시립희망원)’의 현장시찰에 나섰지만, 40분이라는 짧은 시찰시간과 불법감금 등 인권유린 논란이 일었던 희망원의 달라진 상황이나 현실에 대한 질문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이날 현장시찰은 사실상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 국감 무용론까지 일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피감기관의 허술한 자료제출과 피감기관장들의 성의 없는 답변도 문제가 됐다. 앞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16일 국정감사를 마치고 “국감 자료제출 거부로 국정감사 못해 먹겠다. 오늘만 때우고 넘어가자는 태도를 보이며 국정감사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도 있었지만, 감사종료까지 3일이 남은 18일에도 여전히 의원들의 자료제출요구와 지적은 계속됐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