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의 주거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현금 부자들은 서민들이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사지 못한 신규 아파트 미계약분을 무순위 청약으로 사들이고 있다. 반면 서민들은 정부나 시에서 운영하는 주거 지원조차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거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무순위 청약 당첨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무순위 청약이 발생한 20개 단지 내 당첨된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젊은 부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세대 당첨자가 전체의 52.4%를 차지했다. 이들은 일반 수요자가 사지 못한 아파트들을 ‘줍줍’하고 있었다.
젊은 부자들의 줍줍현상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올해 평당 분양가(3.3㎡당 4891만원)가 가장 높았던 서울 방배 그랑자이의 경우 줍줍 당첨자 84명 중 30대가 3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도 5명에 달했다. 또 두 번째로 평당 분양가(3.3㎡당 4751만원)가 높았던 강남 디에이치포레센트도 20명 중 30대가 12명, 20대는 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임대사업자도 많았다. 정동영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상위 30위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임대주택 2만8533가구 중 30대 이하가 소유한 임대주택은 총 3872채(▲30대 2632가구 ▲20대 1066가구 ▲10대 174가구)로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반면 일반 서민들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정부와 서울시가 신혼부부와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행복주택이나 청년임대주택 등 주거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이다.
우선 행복주택의 경우 높은 보증금이 장벽이다. 노원구 공릉동 행복주택 전용 26㎡의 경우 필요한 보증금은 3000만원이다. 부모한테 손을 벌리지 않으면 청년들에겐 부담하기 버거운 금액이다. 임종성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행복주택 1만8353가구 중 6개월 이상 빈 가구는 2054가구로 11.1%에 달했다.
서울시의 경우 역세권 청년주택과 청년 임차보증금 융자지원 등의 주거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실 반영이 제대로 안됐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 임차보증금 융자지원은 대학생의 경우 부모 연소득이 연 6000만원 이하여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최근 역세권청년주택 1호점은 비싼 임대료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서울시의 ‘2022년까지 8만가구의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단 3만6630가구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20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서민 주거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은 “정당한 세금을 내고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미성년자, 사회초년생이 수백가구의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불로소득을 근절하기 위한 전면적인 부동산 정책 대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구분하는 정책상 용어부터 새로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LH토지주택연구원 진미윤 연구위원은 “정책 행정 곳곳에는 자격 요건과 지원 대상이라는 미명하에 무의식적 관행들이 아직 많이 있다”며 “주거 정책에서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무주택 서민, 주거 취약계층은 그 정책적 함의에도 무주택자와 취약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사회적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는 자가 보유 가구와 임차 가구로, 집주인과 세입자는 임대인과 임차인 등과 같은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