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잃을 때마다 법안 만들어졌지만” 어린이생명안전법안 국회서 계류 중

“아이 잃을 때마다 법안 만들어졌지만” 어린이생명안전법안 국회서 계류 중

기사승인 2019-10-21 17:32:00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 등을 위한 여러 가지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단체는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 유찬이, 민식이. 이 이름들을 기억하느냐”며 “이 아이들의 이름을 단 법안들이 있다. 소중한 생명에 빚진 법안들이지만 길게는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4월 경기 용인에서 5살 고(故) 이해인양이 차량에 치인 후 숨졌다. 사고 후 후속 조치가 늦었다는 질타가 나왔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 등은 같은해 8월 ‘어린이안전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보완을 거쳐 지난 8월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으로 재발의 됐지만 이렇다할 이유 없이 심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7월 광주 특수학교 차량 내 방치로 인해 8살 고 박한음군이 세상을 떠났다. 이후 어린이 통학버스 내·외부 CCTV 장착 의무화와 ‘잠자는 어린이 확인장치’ 설치 의무화, 안전교육 미이수자 처벌 강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같은 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심사는 3년 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서울랜드 동문주차장 사고로 사망한 고 최하준군를 기리기 위한 ‘하준이법’, 지난 5월 인천 송도에서 축구클럽 차량사고를 계기로 발의된 ‘태호·유찬이법’, 스쿨존 교통사고 시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 등이 발의됐지만 법안 심사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발의된 법안은 각 분과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한 후 의결을 거친다.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돼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심사를 거칠 수 있다. 법안의 법적 효력은 본회의를 통과한 후에야 발휘된다. 상임위원회 등에서 계속 계류될 경우 법안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단체는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를 잃은 엄마아빠들은 아직 세상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아이의 이름을 어렵게 내어줬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다치고 죽는 위험에 처해 있다. 국회는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켜 다시는 우리 아이들을 잃지 않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고 최군의 어머니와 고 김민식군의 아버지 등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도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이들 단체는 전체 국회의원실을 개별 방문해 어린이생명안전 관련 법안들의 정기 국회 내 통과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을 방침이다. 답변 내용은 이달 말 공개된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어린이 안전 관련 법안은 발의 당시 공감을 많이 받은, 쟁점이 크지 않은 법안들”이라며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의원실을 찾아 ‘죄송하다’ ‘감사하다’며 법안 통과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면 그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루 빨리 법안이 통과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법안에 동의하겠다는 확답을 준 의원은 태호·유찬이법을 대표 발의한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하준이법을 대표 발의한 이용호 무소속 의원뿐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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