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통령 시정연설과 ‘조국사태’, 검찰개혁 등의 현안을 두고 격돌했다.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은 22일 MBC ‘100분토론’ 20주년 특집에 출연했다. 첫 토론 주제인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부터 두 사람의 의견을 갈렸다. 홍 전 대표는 “정말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게 맞느냐”며 “당장 홍대 앞이나 강남에 가보면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가 나온다. 상가마다 공실이 굉장히 많다. 참 공허하게 들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오늘 공정을 이야기하면서 과연 이게 공정한 사회였는지 의문”이라며 “조국 사태에서 명확히 드러났지만 거기에 대한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 이사장의 차례가 되자 “이제 칭찬하시라”며 차례를 넘겼다.
웃음으로 답한 유 이사장은 이번 시정연설에 대해 “기존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라고 총평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의 기존 경제 정책을 ‘포용’으로 표현한 것 말고는 다른 것이 없다”며 “그 바탕 위에 한일간의 무역규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나 검찰개혁 등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정연설답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의견은 갈렸다. 홍 전 대표는 조 전 장관을 ‘조국씨’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홍 전 대표는 “문 대통령께서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조국 사태에서 이러했느냐”며 “조국씨 (일가의) 입시비리, 사학비리, 직무비리를 보면 이는 가족범죄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들이 소위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여기는 좌파의 민낯을 여실히 봤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다행스럽다”며 “조국씨는 참 수치심도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유 이사장에 대해서도 “조국을 ‘쉴드’치려고 요즘 여러 군데 안 끼는 곳이 없다”며 “저러다 저 양반 ‘칼 맞는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조 전 장관과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모두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며 “조금 더 신중하게 우리가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국 사태에는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른바 ‘스펙 논란’과 같은 의혹들이 한가지 차원이다. 또 다른 차원은 도덕적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해서 가족의 모든 삶을 뒤지는 수사가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조 전 장관 일가의 의혹과 수사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며 유 이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홍 전 대표는 “정 교수처럼 검찰 조사를 받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아프다고 집에 가버리고 조사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조서를 확인했다. 이는 수사 방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웅동학원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조 전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 기각을 이야기하며 “돈 전달 심부름을 해준 사람은 구속됐는데 돈을 받는 사람은 왜 불구속 되느냐”고 질타했다.
유 이사장은 “확정된 사실은 지금 아무것도 없다. 어느 쪽이 사실이라고 단정하면 토론 자체가 의미가 없다. 감정싸움만 되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홍 전 대표가 “나는 유 이사장에게 감정이 전혀 없다”고 이야기하자 유 이사장은 “(저는) 생기려고 한다”고 받아쳤다.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홍 전 대표는 검찰 개혁에 있어 중립성 보장을 강조했다. 그는 “인사의 독립, 예산의 독립이 필요하다”며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해주면 그것이 바로 검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유 이사장은 “참여정부 때 검찰의 중립성을 완전 보장했지만 검찰은 MB정부 들어 정치권력과 손을 잡았다.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의 권력 분산과 권력의 제한을 검찰개혁의 골자로 봤다. 유 이사장은 “현재는 검찰총장이 마음만 먹으면 광화문 네거리에서 아무나 다 감옥에 보낼 수 있다. 제 차의 블랙박스를 뒤지면 시골마을에서 불법유턴한 것도 잡아넣을 수 있다”며 “공수처 등을 설치해 권력을 분산시키고 심야조사 등을 금지시켜 권력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100분 토론은 20주년 특집으로 진행됐다.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 청년논객 장예찬·신지예·오창석씨, 80명의 시민토론단이 사회의 공정과 정의 등을 주제로 토론에 참여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