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에서 일어난 의료인 피습사건과 관련해 의료계가 의료인 폭행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허위진단서 강요로 인한 의료인의 안전문제와 함께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촉구했다. 정형외과학회는 “환자가 요청한 보험금 취득 목적의 허위 장애진단서 발급을 의사가 거부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발생한 파렴치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허위진단서 강요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사안”이라며 “의사는 소신껏 작성한 진단서로 환자로부터 소송을 당하거나 협박 및 살해 시도를 당할 수 있고 진단서를 과장해 쓰면 형사처벌 및 면허 취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형외과학회는 ▲의료기관 내 발생하는 신체 폭력 및 폭언 등에 대한 처벌강화 ▲배상이나 보상을 목적으로 한 진단서 및 의무기록 수정 강요 원천 금지 등을 주장했다.
대한외과의사회는 “크고 작은 의료인 폭행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술하는 의사가 손가락이 절단되었다는 것은 의사로서 생을 마감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의료인 폭행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정부의 대처는 우리나라의 의료를 무너뜨릴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는 신이 아니며 최선을 다해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인간”이라며 “명백한 의료진의 실수가 없더라도 해당 의료진을 위해를 가한 범죄자로 둔갑시킨다. 의료인에 대한 의료 행위와 의료인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만들게 된다. 국민과 의사 사이의 불신 그리고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에 대해 국가적인 홍보와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료인 폭행이 여러 차례 이슈화돼 강력한 처벌 마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여전히 의료인 폭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사회안전망 보호 차원으로 의료기관 내 폭행 등 강력범죄 근절법안 마련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 ▲보안 인력 및 보안 장비 배치에 대한 정부 비용지원 등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요건의 법제화가 반드시 선행돼야만 의료인 폭행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4일 오전 을지병원 진료실에 무단으로 침입한 A씨는 B교수를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B교수는 왼손 엄지손가락이 절단될 정도로 크게 다쳤다. 이를 제지하던 석고기사 C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옆구리와 왼팔을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병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4년 좌측 제2중수골분쇄골절로 B교수에게 수술받은 환자다. 성공적인 수술 결과에도 불구하고 재활치료 대신 보험금 수급용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B교수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했으나, 보건복지부의 장애판정 불가와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A씨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A씨는 올해 4월 재심을 청구했지만, 지난 22일 법원으로부터 재심사유 각하와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통보받고 병원에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을지병원 관계자는 “보험금 수급을 위해 일방적으로 수술과 연관 지었을 뿐”이라며 “A씨는 수술 후 재활이 중요한 환자였다. 평소 의료사고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낳은 사회적 여론으로 말미암아 B교수가 육체적 상해에 이어 의사로서의 명예에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주길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