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보스’가 합류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새로운 2막을 약속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시청률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본연의 취지에 충실한 예능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대방로 KBS 별관에서 KBS2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개그우먼 김숙, 방송인 전현무, 요리연구가 심영순, 요리사 최현석 트레이너 양치승과 연출을 맡은 이창수 PD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나귀 귀’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대가들이 출연해, 성공 비법과 인생 노하우를 전하고 자신의 일터를 돌아보는 관찰 예능이다. 지난 설 파일럿으로 시작해, 예능의 황금시간대인 일요일 오후 5시를 책임지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관찰 예능을 주로 연출해온 이창수 PD는 이날 타사 관찰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과거 PD 생활을 하기 전 SBS 연애 리얼리티 ‘짝’에 남자2호로 얼굴을 비춘 것이다. 이 PD는 관찰 예능에 직접 출연했던 경험이 ‘당나귀 귀’ 기획에 바탕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 PD는 “방송에 출연하기 전까지 내 문제를 몰랐다. 방송을 통해 애정촌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보고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며 “자아성찰이라는 방송의 순기능을 이용해 우리나라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싶다는 취지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당나귀 귀’는 정규 편성 당시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오랜 시간 KBS의 간판 예능이던 ‘1박2일’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며, 그 자리를 급하게 대체한다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6~8%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3% 이상 나오기 힘들 것”이라던 우려를 씻은 것이다. 이 PD는 이런 부분에 관해서도 “관점을 바꾸고 싶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PD는 “처음엔 ‘1박2일’의 ‘땜빵’ 프로그램이었다. 이 자리에 어쩔 수 없이 들어왔고, ‘시한부’ 프로그램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초반엔 시청률을 위해 달렸다. 이제 목표한 시청률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부터 다른 관찰 예능이 보여줄 수 없는, 특정 직업군의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지난 27일 방송부터 출연진 일부가 바뀌며 본격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화제의 패널이었던 현주엽 창원 LG 세이커스 감독이 하차하고, 젊은 ‘보스’ 김소연, 최현석, 양치승이 합류한 것이다. 이에 관해 이 PD는 “젊은 CEO는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아울러 이번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면면을 보고 출연진을 캐스팅했다”며 “리뉴얼 이전 방송에선 ‘보스’를 관찰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함께하는 직원들에게 시선을 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체육관을 이끄는 양치승은 첫회 방송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용 VCR로 제 모습을 보니 제 말투가 지나치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저도 모르게 말투가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최현석은 “제3자의 눈으로 나를 보면, 또 다른 부분이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차차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프로그램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다.
방송 초반부터 꾸준히 출연 중인 심영순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며 “예전엔 요리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기 일쑤였는데, 방송에서 내 모습을 보며 많이 반성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