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인슐린 가격이 연이어 높아지면서 평생 인슐린은 투여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바이오 해커들이 직접 의료용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해커는 생명공학 지식의 혜택이 대중에게 널리 확대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기업 연구소나 대학 등 전문기관 밖에서 공익적 연구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최근 바이오해커들은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간이 연구실을 설치해 직접 의료인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법을 고안해 보급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의 ‘오픈 인슐린 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바이오해커 실험실 ‘카운터 컬처랩스’에서 지난 2015년부터 진행됐다. 프로젝트의 공동대표이자 당뇨병 환자인 앤서니 디프랑코는 미국의약품 시장과 가격 정책은 환자를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인슐린 가격은 60년 전에는 병당 75센트였다. 최근에는 250달러까지 치솟았다. 동 기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의 43배에 달한다. 이를 두고 타임은 시장을 장악한 대형 제약회사 세 곳이 제품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꼼수로 특허 존속기간을 늘리는 전략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당뇨 환자들은 살기 위해 국경을 넘어 원정 구매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같은 약이 병당 30달러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의약품 가운데 생산이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팀은 인슐린 분비세포 배양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도달해 매번 균일한 품질의 의약용 인슐린이 생산되는지를 검증하는 작업만 남겨두고 있다. 이들은 1만 달러의 초기 비용으로 1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인슐린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프로젝트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조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픈소스’ 특성상 다른 나라와 법적 시비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프로젝트팀은 완성된 인슐린 효모균을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하도록 제한할 예정이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답했다고 타임이 전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