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초범이라” 아동성착취 영상 유통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결혼해서” “초범이라” 아동성착취 영상 유통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기사승인 2019-10-31 06:25:00

아동성착취 영상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된 남성에게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논란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30일 오후 1시30분 기준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청원에 27만2557만명이 동의했다. 청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해당 청원 게시자는 “아동을 성적 대상을 학대하며 이윤을 만든 반인륜적 범죄가 어째서 한국에서는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느냐”며 “아동포르노 사이트 운영자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고 합당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한국 경찰청과 미국 법무부 등은 지난 16일 아동·청소년 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를 벌여 32개국에서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223명이다. 

사이트의 운영자는 한국인 손모(23)씨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아동·청소년 음란물 22만여건을 유통했다. 해당 사이트의 카테고리에는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뜻하는 토들러(toddlers)와 유치원생(infants)도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검찰 조사에 따르면 생후 6개월 영아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영상도 발견됐다. 손씨는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며 약 4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벌어들였다. 

손씨는 지난해 5월 해당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우리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억5600만원을 선고받는 것에 그쳤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이 너무 낮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손씨는 다음달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예정이다. 

‘헤비 다운로더’에 대한 처벌 수위도 낮다. 대부분 벌금형 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이트에서 1000여건을 다운받은 A씨에게는 징역 4개월이 선고됐다. 

우리나라에서 아동성착취 영상 제작 등에 대한 처벌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에 규정돼 있다.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수출입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영리 목적으로 판매·대여했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배포를 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소지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규정된 형량이 낮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다수 집행유예에 그친다는 점이 문제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등으로 76명이 법정에 세워졌다. 이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27명(35.5%)에 불과했다. 43명(56.6%)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벌금형도 6명(7.9%)에 그쳤다. 유기 징역형을 선고받더라도 평균 형량은 2년으로 집계됐다. 여러 사유 등으로 감형이 이뤄진다. 손씨의 경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과 최근 결혼을 해 부양가족이 있다는 점 등이 참작됐다. 아예 법정에 세우지 않는 기소유예 비율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는 다르다. 미국의 경우, 제작·배포를 넘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 행위도 강하게 처벌한다. ‘성적으로 노골적인’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의도적으로 소지하거나 열람하면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한다. 외신에 따르면 손씨의 사이트에서 1회 다운로드와 1회 접속 시청한 미국 남성은 징역 70개월과 보호관찰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영국도 성범죄법에 따라 아동을 대상으로 음란사진 촬영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행위에 대해 재판에 회부될 경우 14년 미만의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 성착취 영상에 대한 경각심과 엄벌을 통한 ‘수요 차단’을 강조했다. 아동·청소년 보호단체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는 “아동 성폭력 사례를 살펴보면 영상 촬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러한 부분이 간과되거나 재판부에서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형량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포르노’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익숙해져서 아동 성착취 영상을 큰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우연하게라도 이러한 영상을 목격했을 때 신고해서 (아동 성착취 가해자가) 끝까지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활동가는 “양형 기준이 가해자에 치우쳐 있어 결과적으로 처벌도 미약하게 나오고 있다”며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점, 가해자의 나이나 직업, 가장이라는 점 등이 모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성착취 영상이 ‘돈’이 되는 사회가 문제”라며 “범죄수익 환수가 끝까지 이뤄져야 한다. 성착취 영상이 돈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그림=이희정 디자이너 hj19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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