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서도명창 박월정 판소리 재현 공연 열려

시대를 앞서간 서도명창 박월정 판소리 재현 공연 열려

기사승인 2019-10-31 09:17:40

<이미지='서도명창 박월정의 판소리 재현'공연 포스터> 

전설적인 서도명창 박월정의 판소리 재현 공연이 오는 11월 2일 남산국악당에서 열린다. 박월정은 일제강점기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 연극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며 창작판소리의 본격적인 서막을 올렸던 인물이다.

경서도소리포럼(대표 김문성)이 주최하고 문화재청국립무형유산원이 후원하는 ‘서도명창 박월정의 판소리 재현’(연출 한윤정)공연은 시대를 앞서간 명창 박월정이 일동레코드, 빅타레코드 등에 남긴 판소리, 단가, 창작판소리 등을 재현하는 공연으로, 주류 판소리계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황해도 출신 박월정 명창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첫 작업이다.

이 무대에는 춘향국악대전에서 판소리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태희 명창, 그리고 박동진명창명고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또 남도민요경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현미 명창, 전국국악경연대회 명창부 종합최우수상을 수상한 이효덕 명창이 참여해 각각 박월정 명창의 단가와 판소리, 창작판소리를 재현한다.

또한 남도소리에서 경기소리로 전향해 현재는 경기소리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원로예술인 유명순 명창이 성금연 제로 단가 ‘운담풍경’을, 서도소리꾼으로 오복녀 명창을 사사한 유춘랑 명창이 지금은 전승이 끊긴 서도판소리 ‘화용도’(김춘홍제)를 재현하는 특별한 무대도 갖는다.

경인교대 김혜정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재현공연에서는 박월정 명창이 1925년 일동레코드에 녹음해 1926년 발매한 단가 및 1933년 빅타레코드에 녹음한 판소리, 창작판소리 곡들이 재현되는데, 단가 대장부 허랑하여(대장부한)와 춘향가중 ‘어사또 남원 들어오는 대목’(이상 현미 명창 재현), 단가 소상팔경과 춘향가중 ‘어서또 출두대목’(이상 김태희 명창 재현), 그리고 창작판소리 항우와 우희(이효덕 명창 재현)이며 박월정 명창이 일동레코드에 녹음한 성주풀이를 김태희, 현미, 이효덕 명창이 함께 부르게 된다.

이 공연을 기획한 김문성 대표는 “박월정 명창은 판소리를 대중적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주류 판소리 계로부터 쏟아진 온갖 비판(1933년 매일신보 3명창전 리뷰 등)을 감수하며 자신만의 소리 세계를 완성한 소리꾼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요즘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자람의 1백년전 모습이 박월정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서도소리꾼이지만 판소리에 뛰어났음은 김초향, 박록주와 함께 3명창 공연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에서 그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특히 그의 판소리가 서울에 내려오기전에 이미 학습되었다는 점에서 북한지역의 판소리 전승과 계승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연구가 된다. 1933년 창작 판소리를 주로 녹음하기 이전인 1925년 일동레코드의 녹음은 전형적인 판소리목을 사용해 노래한다는 점에서 판소리 인간문화재 박록주에 앞서 판소리 녹음을 전담하다시피했던 박월정의 판소리는 재평가받을 필요가 있으며, 이 재현 공연을 계기로 박월정의 판소리사의 업적이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 공연의 의미를 덧붙였다.

연출을 담당한 한윤정씨는 “최근 국립극장에서 중국 경극에 옷을 입힌 창극 패왕별희를 선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박월정 명창은 당시 우리식 연극에 고민하던 연극계와 손잡고 연극과 판소리를 접맥한 패왕별희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소리꾼들은 이러한 박월정의 노력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연은 전석 무료 초대로 진행된다.

 

<사진=박월정 명창, 경서도소리포럼 제공>

기생 박금홍(1901~?)으로 더 잘 알려진 박월정은 평안남도 강서 태생(황해도 사리원 태생으로 기록한 경우도 있음)으로 사리원에서 자라 학습했으며, 서도소리 명창으로 사설공명가, 배따라기, 수심가를 잘 불렀다. 1913년 상경해 장안사 소속 배우로 활동하였다. 구파배우조합 소속 예인으로 이동백, 김창룡 등과 활동한이후 이기세의 소개로 연극좌에 가입해 연극에도 참여했으며, 서도소리뿐만 아니라 판소리에도 뛰어난 덕분에 1925년 일동레코드의 초기 판소리 녹음을 도맡아 시피 했다. 1933년 판소리 대중화를 목표로 연극적인 아니리와 판소리 창의 컬리버레이션을 시도한 창작 판소리 단종애곡이 주목받았으며, 춘향가를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기도 했다. 또한 패왕별희로 잘 알려진 ‘항우와 우희’ 역시 연극과 판소리를 결합한 창작판소리로 발표해 주목받았다.

박월정은 전설적인 여류명창들인 김초향, 박록주(전 판소리 인간문화재)와 함께 1931년 삼여류명창 공연으로 개성, 사리원, 서울 공회당 무대에 올라 춘향가, 심청가 등 판소리를 공연하기도 했다. 다만 그의 학습이력은 알려지지 않았다. 판소리외에도 서도소리, 경기잡가, 시조, 가사등 많은 국악음반을 남겼다. 국악이론가 김기수는 그가 저술한 국악명인전에 박월정을 남도서도소리에 두루 능통한 소리꾼으로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다. 기교로 볼 때 전승이 단절된 중고제를 학습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호 기자 kukim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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