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전공의 인력 공백에도 수련병원이 업무 분담이나 대체인력 확보 등의 구체적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4일 최근 수련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시행한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빠르면 오는 12월부터 내과 3, 4년차 레지던트가 전문의 시험준비에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 대해 수련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는 내과 업무가 1, 2년차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65.79%가 답했다. 특히 71.05%는 1, 2년차 인력만으로는 병원에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3, 4년차 레지던트의 주요 업무는 병동 주치의·협진·응급실·중환자실 주치의 순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들의 인력 공백에 대해 수련병원들이 업무 분배는커녕 아직도 주요 업무의 상당부분을 3, 4년차 레지던트가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는 “전공의 한 명 당 30~40명에 육박하는 환자를 담당한다”며 “업무시간 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게 된다”고 답했다. B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는 “1, 2년차 레지던트가 3, 4년차의 업무를 대신할 수 없다”며 “진료의 질이 떨어지고, 입원환자도 충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전보다 환자 관리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공의들의 이러한 우려에도 수련병원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현재 내과 인력 공백이 논의돼 인력 및 업무 분배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28.95%에 불과하고 현재 논의 중이지만 뚜렷한 계획이 없는 곳은 60.53%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혀 진행된 바가 없는 곳은 7.89%로 집계됐다.
특히 인력 공백 기간을 기존의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한다는 곳이 절반에 달했다. 기존 전문의 인력이 업무 일부를 대체할 예정인 곳은 36.84%, 정해진 계획이 없는 경우는 21.05%였다. 업무 자체를 줄이기로 하거나 추가 전문의 인력을 고용한 병원은 각각 15.79%로 조사됐다.
대전협은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활성화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채용 공고를 냈으나 한 명도 충원되지 못한 곳이 36.84%, 일부만 충원된 곳은 28.95%, 계획이 없는 곳이 18.42%, 계획은 있으나 채용 공고조차 나가지 않은 곳이 13.16%를 차지했다.
내과의 인력 공백은 입원환자 진료와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은 “단순히 내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병원 진료의 중추가 되는 내과 내 인력 공백으로 인해 협진, 응급상황 대처 등 그동안 내과 고년차 전공의가 수행하던 타과 입원환자 진료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대전협은 내과 3년제 전환으로 빚어진 인력 공백 문제에 대해 정부와 수련병원, 학회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일선에서는 올해 2달만 버티면 되는 일시적인 문제라 하지만, 기존 4년제로 운영되다 3년제로 단축된 상황이기에 매년 비슷한 시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근시안적인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병원·학회 차원의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고민, 병원 차원에서는 환자안전 사고에 대한 대비책과 보완 시스템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학회는 내과 3년제 단축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전문의가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프로그램 및 평가 기준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