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가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아카데미영화상에서도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이런 ‘조커’는 한국에서 흥행을 타고 500만 명을 돌파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이와 가족을 위한 오락을 넘어 이 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해체하고 표상하는 위대한 대중문화와 예술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조커’의 흥행은 계급 사회의 불평등과 빈부 격차를 다뤘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기생충’ 역시 불평등을 다루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조커’는 희대의 악당 조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다룬다. 악에 눈을 뜬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상업영화와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조커’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사회적 인간의 욕망, 계급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 취약계층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루며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조커’ 속 광대 아서(호아킨 피닉스)는 계단을 오르고 올라 낡은 집으로 향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분노를 드러낸 뒤에는 계단을 내려오며 춤을 추기도 한다.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불만이 쌓인 하급계층이 상위층에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은 가지지 못한 자들의 분노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대리 만족하며 느끼는 것 같다.
양극화는 보통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적 양극화를 말하는데, 이 둘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양극화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경제적 양극화에 따라 빈곤과 불평등 차별이 점차 심해지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양극화로 파생되고 있다. 양극화란 서로 다른 계층이나 집단이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지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 우리 사회는 이러한 양극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노동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로 벌어지는 경제적 양극화가 빈곤과 불평등, 차별이 심해지면서 사회적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사회적 양극화 문제와 갈등은 이번 ‘조국 사태’로 인해 더욱 뚜렷한 양상을 보였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진 자의 민낯이 드러난 이번 사태로 인해 숨겨져 있던 부조리의 여러 단면을 알게 되었고, 하물며 이런 문제가 나타남에도 아직도 광화문과 서초동의 함성은 정치적 양극화를 보여주고 있어 한국사회의 우려와 절망을 심히 걱정하고 있다. ‘조커’는 수십억 원의 재산을 가진 서울대 교수였던 조국의 경제적 사회적 계급구조가 불공정과 불평등으로 대두된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와 같은 사회 갈등이 지금 현실의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나아갈 방향을 묻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