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 발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우려뿐만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에 있어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내고 있어 효과가 없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토부는 6일 오전 강남 4구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중심으로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또한 부산광역시 동래구·수영구·해운대구 전역과 경기도 고양시·남양주시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적용지 어디=국토교통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 및 조정대상지역 일부 해제를 발표했다. 이로써 2015년 4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부활하게 됐다. 지금까지 정부는 공공택지에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왔다.
분양가상한제란 정부의 집값 안정화의 일원으로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 적정이윤을 보탠 분양가격을 산정해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정한 제도다. 쉽게 말해 건설사가 주택을 공급할 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은 ▲강남구(8개동) 개포, 대치, 도곡, 삼성, 압구정, 역삼, 일원, 청담 ▲서초구(4개동) 잠원, 반포, 방배, 서초 ▲송파구(8개동) 잠실, 가락, 마천, 송파, 신천, 문정, 방이, 오금 ▲강동구(2개동) 길, 둔촌 ▲영등포구 (1개동) 여의도 ▲마포구(1개동) 아현 ▲용산구(2개동) 한남, 보광 ▲성동구(1개동) 성수동1가 등이다.
이와 함께 부산광역시 동래구·수영구·해운대구 전역과 경기도 고양시·남양주시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집값 잡을 수 있을까=업계에서는 이번 분양가상한제는 실패한 정부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우려 때문만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에 있어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내고 있어 효과가 없을 거라는 주장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겠지만 한정적”이라며 “오히려 동단위 지정은 지정하지 않은 옆 동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재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늦춰 공급 부족을 낳고 결국에는 다시 집값 상승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약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지정 지역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정 지역은 정부가 유망한 지역으로 꼽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지정 지역으로 청약 쏠림이 되는 반면, 지정되지 않는 지역은 공급은 느는 반면 청약자 외면을 받아 미분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분양가상한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건설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방향과 정반대로 엇박자 정책이다”라며 “국토부도 진퇴양난에 빠졌을 것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전면적용을 했어야 하는데, 건설투자 확대 등이 있고 하니 핀셋규제 등을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보완책은=업계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부처 간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분석업체 리얼투데이는 ‘매물 부족’과 ‘공급 부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한 부담감과 거주요건 등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매물이 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지영 실장은 “단기적으로는 다주택자와 갭투자들의 매물이 시장이 나올 수 있도록 양도세를 완화해주고, 보유세에 대한 부담감을 줄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공급부족 해소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처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는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정부 부처 간 이렇게 엇박자가 나다보니 실질적으로 정책 추진이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당초 규제를 한다고는 했으니 시늉은 내는 정도에 그친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집값을 잡으려면 물가안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관계 부처와 함께 고민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집값이 원체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국토부에게 뭐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