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 암치료 임상적 근거 없어”

의사협회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 암치료 임상적 근거 없어”

암 환자들 ”펜벤다졸, 마지막 지푸라기, 정부가 임상시험 해달라“

기사승인 2019-11-07 10:33:55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가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의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7일 제시했다.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도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최근 미국에서 소세포폐암 말기 화자가 동물용 구충제를 먹고 암이 완치됐다는 사례가 SNS로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펜벤다졸은 기생충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개나 염소 등 동물에게만 사용이 승인된 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에 따르면 펜벤다졸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대한 효과 외에도 세포 내에서 세포의 골격, 운동, 분열에 관여하는 미세소관을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으로 나온 결과일 뿐이었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해도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를 보인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의협은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사용하기 위해선 엄격한 임상시험으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돼야 한다. 현재까지 사람에서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이 발표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사례의 경우 임상시험에 참여해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서 펜벤다졸과 함께 기타 보충제를 복용해 펜벤다졸이 치료 효과를 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펜벤다졸은 구토·설사·알레르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고용량 복용 시 독성 간염이 발생한 사례도 보고됐다. 특히 항암제와 같이 복용하면 약제 간 상호작용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다른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진행성 암 환자와 가족의 경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용하겠다는 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이 나았다는 사례는 집단 비교를 거친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다.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 경험에 의한 사례 보고로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펜벤다졸이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아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며 “향후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하며, 복용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을 하길 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암 환자 등의 복용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폐암 4기인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 씨는 지난달 24일 SNS를 통해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펜벤다졸을 복용한지 4주째 됐으며 통증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혈액검사도 정상이었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이게 나에게는 생명이다. 구하기도 힘든데 구할 수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의 사례 외에도 말기 암 환자들이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펜벤다졸 복용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펜벤다졸 암 치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 주세요’ 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펜벤다졸이 강아지 구충제이고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않았다고 판매와 수입도 금지되고 있는데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마지막 지푸라기”라며 “정부가 나서서 임상시험을 진행해달라. 수많은 암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동참할 것. 자본의 논리로 수많은 국민이 죽어 나가는 걸 내버려 두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 대해 7일 오전 2400명이 동의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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