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도피 중에 동해상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북한으로 추방했다. 판문점을 통해 북한 주민을 추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오늘 오후 3시10분경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합동조사 실시 결과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했다. 시신은 바다에 유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정부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 추방 소식은 국회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화두가 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 주민 나포 관련) 지난달 31일부터 작전이 진행됐고 실제로 나포한 것은 지난 2일”이라며 “퇴거 조치 등을 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를 하면서 최종적으로는 귀순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나포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들은 군인이 아니다”라며 “민간 어선으로 15m 크기의 선박이었고 민간인 명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살해와 관련해 북측으로부터 연락받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이들의 살해 동기에 대해 “간단하게 확인한 것은 선장 등 사람들이 좀 심하게 하면서 불상사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들의 추방 조치 경위를 설명했다. 김 장관은 “우리 해군에 제압된 직후 귀순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월 중순경 북한 김책항을 출항해 러시아 해역 등에서 오징어잡이를 했다. 그러나 선장의 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3명이 공모해 선장을 살해했다. 이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나머지 승선원 15명도 살해했다. 이후 자강도로 도주할 목적으로 김책항에 재입항했다가 공범 중 1명이 체포되는 것을 목격, 다시 도주해 해상으로 남하했다.
김 장관은 “이들은 남하 과정에서 우리 해군과 조우한 뒤 이틀간 도주했고 경고 사격 후에도 도주를 시도했다”며 “북한 경비함도 이들을 잡으러 왔고 우리 해군도 NLL 근처에 미상의 선박이 접근했기 때문에 (이틀간 추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이 순순히 진술했느냐’는 질의에 김 장관은 “이들이 타고 온 배에 여러 가지 흔적이 있었다”며 “여러 기관이 합동신문을 통해 하나하나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들의 추방은 북측과 미리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5일 개성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이들의 추방 계획을 서면으로 북측에 통보했다. 북측은 지난 6일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