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촉구했던 보수대통합이 선언 이틀여 만에 급진전되는 분위기다. 1차 통합 대상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될 전망이다.
황 대표는 보수대통합을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다음날인 7일 오전, 변혁의 유승민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통합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 대표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가 먼저 제안을 해왔고, 선의를 믿고 보수대통합을 위한 의지가 확실하다고 판단된다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표한 것. 다만 두 대표 간의 대화에 앞서 실무협상단 간의 협의가 사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황 대표와 유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홍철호·이양수 의원을 필두로 한국당 내 실무협상팀이 이미 꾸려진 만큼 변혁에서도 실무협상팀을 만들어 이를 통로로 통합의 가닥을 잡아가자는데 일단 합의했다.
문제는 통합에 앞서 유 대표가 제시한 ‘보수재건 3대 원칙’ 중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언급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문제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란 점이다. 탄핵에 찬성하며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나선 유승민계와 아직까지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공화당이 맞서는 가운데 양단간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날 대화에서 ‘보수의 미래를 위해 탄핵 문제는 과거에 묻어두기로 합의가 있었다’고 전하고 있지만, 우리공화당을 버릴 수도 없고 한국당 내에서도 논란이 있어 대화의 진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가운데 황 대표와 유 대표 간의 대화내용이 전해지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전화 안 받기로 유명한 유 의원이 황 대표 전화를 받았다”며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이라고 보수통합 논의를 가장 우선해 직접 언급했다.
우려도 표했다. 그는 “한국당 공천 받아 2번 달고 총선에 나가겠다는 의원들의 성화도 컸을 것”이라며 “보수통합, 잘 진행되길 바란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정당으로 발전해 한국 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기여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걱정은 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발 그 알량한 소신과 원칙을 내세우며 독단과 아집에 빠져서 갈등을 조장하고 결국 분열로 이끄는 악순환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제 통합의 시계도 돌아가고 신당창당기획단도 발족했으니 바른미래당과의 관계는 빨리 정리해주는 것이 정치적 도의”라며 조속한 탈당을 거듭 촉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