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5월을 마지막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 모습을 감췄던 삼성물산이 다시금 주택사업을 펼치려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수주잔고가 감소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백의 기간이 짧지 않은 만큼,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택사업 수주잔고 2017년 10조3011억원, 2018년 상반기 9조572억원, 2019년 상반기 7조611억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물산의 올해 수주 목표는 11조7000억원이었는데, 3분기 누적 신규 수주는 4조3900억원으로 37%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최근 몇 년간 서울의 주요 재건축사업에서 모습을 감췄기 때문에 주택사업 수주잔고가 감소했다고 풀이한다. 실제 삼성물산은 지난 2017년 5월 서울시 서초구 방배 5구역 사업 이후, 지난달까지 주요 재건축 사업 현장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 삼성물산은 다시금 주택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열린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조합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주택수주 담당 임원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다시 주택사업에 뛰어단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수 년 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진행하진 않았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 효과가 있어서 시장을 금세 또 장악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주잔고의 감소와 주택사업 재기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 회사 내부에서도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동안 정비 사업 시장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만큼, 성공적인 재진입을 할 수 있을 진 미지수다.
일례로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만 보더라도 예전과 같은 명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래미안은 여전히 아파트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브랜드스탁과 부동산114 등의 또다른 조사 기관에선 GS건설의 ‘자이’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조사에서는 순위가 무려 6위로 내려가기도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택사업에 있어 최우선 고려사항은 기존처럼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될 것”이라며 “입찰 경쟁에 있어서도 클린수주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사업지에 뛰어들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던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사업의 경우 사업조건이 좋으면 입찰에 들어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강북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인 한남3구역에 임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해당 사업지는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 주력하고자 결정한 이전부터 이미 준비되어 왔던 사업지였고, 한참 진행될 때 과열경쟁 상황이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쉽게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