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만 늘어", "어디서 해요", "껍데기 행사"
최근 길거리 시민 100명에게 ‘코세페’에 관해 물었을 때 나온 반응들이다. 이들 중 코세페를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됐을까? 불과 46명만이 코세페를 안다고 답했다. 이마저도 자신 있게 답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직 코세페에 낯선 이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면, 코세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준말로 ‘국내 최대 쇼핑축제’를 표방하는 행사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착안했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해 오는 22일까지 진행한다.
최근 당신은 코세페를 통해 물건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가. 아마 없다고 하는 이들이 대다수일 터다. 실제로도 코세페를 안다고 말한 46명 중에서도 불과 25명만 최근 물건을 샀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상당수가 신세계 ‘쓱데이’, 위메프‧티몬, 등 이커머스 특가를 통해 구입했다고 응답해 엄밀한 ‘코세페’ 참여라 하기도 애매했다. 사실상 100명을 만나는 동안 ‘코세페를 통해 물건을 구매 했어요’라는 사람은 거의 마주하기 어려웠다.
올해로 4회째인 코세페의 냉혹한 현실이다. 명동과 시청, 강남 등에서 군인과 주부 등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났지만, 코세페는 마치 허공 속 외침과 같았다. 현재 개막 후 2주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인지도나 실속 면에서 허울뿐이라는 불만이 이어졌다. 물론, 일각에선 민간 주도로 올해 첫 진행되면서 할인율이나 참가기업이 늘었다는 호평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온라인 이커머스가 대대적 연말 할인을 꺼내든 덕이 클 것이다.
민간으로 넘어온 코세페는 올해 기업 간 마케팅 경쟁을 통해 행사의 다양성을 확보하려 했다.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코세페보다 각자도생에 나서며 자사 행사를 앞세웠다. 하지만 코세페의 색깔은 더 옅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신세계의 쓱데이, 위메프, 티몬 등의 할인 특가는 익숙해도 코세페는 낯설다. 물론 정부는 이 같은 행사가 모두 코세페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럼 애초에 코세페는 무엇인가.
단지 기업들의 개별 행사에 숟가락만 얻는 존재인 걸까. 소비자의 시각에서 코세페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느껴질 뿐이다. 기업들이 딱히 코세페를 내세워 물건을 할인하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이 머릿속에 ‘코세페’를 남길 이유는 전혀 없다.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올해도 코세페는 흥행이 요원해 보인다. 애초부터 본질에 집중하지 못한 탓이 크다. 유통사에 의존하는 코세페가 올해도 이어졌고, ‘없어도 그만’인 행사가 됐다.
서울역에서 만난 한 중년 주부도 “코세페는 자세히 모른다”고 했다. 최근에 할인가에 물건을 구입한 적이 있느냐 물으니 "이마트에서 쓱데이를 통해 한우 등을 구입했다"고 말한다. 지난달엔 온라인 쇼핑으로 청소기도 구입했단다. 곧이어 "코세페는 어디서 진행하고 있느냐"며 웃는다. 마치 ‘코세페’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적어도 쓱데이의 흥행과 이커머스의 연말 할인을 코세페의 덕으로 돌리진 말아야겠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