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경제톡톡] 한국의 가계부채와 경기침체, 그리고 자살

[금진호의 경제톡톡] 한국의 가계부채와 경기침체, 그리고 자살

기사승인 2019-11-25 14:02:52

지난 2일 서울 성북구의 다세대주택서 부채문제로 인해 70대 어머니와 40대 딸 세 명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사기 사건과 잇따른 사업 실패 등이 낳은 생활고로 인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웃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딸들은 성북구에서 자영업을 했지만, 장사가 잘되지 않았고, 수개월씩 월세를 내지 못하다가 보증금까지 잃고 가게를 접었다. 이는 지난 7월 탈북자 모자가 굶어 죽고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의 연장 선상에 있는, 현재의 경제 사정과 경기침체가 가져온 가계의 곤란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의 제도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각박한 세상에서 이들이 경제·사회적 고립과 불행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과도한 부채 상태에서 저성장과 고령화, 경제위기 상황이 닥치게 되니, 어려워지는 가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네 모녀 사건은 사망한 지 몇 주가 지난 후 타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 단절된 고독사로 보인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사회에서 격리돼 홀로 떨어져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음에 이르러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도 역사적으론 대가족과 상부상조의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연대 질서가 존재했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적 성장을 거치면서 이런 연대 질서가 해체되고, 가족이나 사회관계의 공백이 생겨 단절과 고립이 자살로 이어지는 병폐가 여기서 생겨났다.

개인의 부채를 떠나 한국의 가계부채는 어떠할까.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96.9%로 세계에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2018년도의 전 세계 평균은 59.6%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큰 20개 국가 중 3위에 속했다. 호주 120%, 캐나다 100%에 이어 3위를 한 것이다. 2016년도의 가계부채 수준은 92.8%인데 2년 만에 4.1%가 증가한 것이니 실로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5%를 넘고 있는 경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고, 가장 위험한 경우는 높은 부채비율과 급격한 부채비율 상승이 겹치는 경우라 말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할 경우 급격한 GDP의 둔화와 금융위기 리스크가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세계적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고, 한국의 가계부채 상황이 더욱 좋지 않고 있기에 심히 걱정이 든다. 가계부채의 한 단면인 자영업자 부채 역시 다르지 않다. 

금융기관 세 군데 이상에서 대출을 받는 ‘다중채무’를 보면 2018년 2분기까지 367조 2천억 원이 2019년 2분엔 407조 9천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1년 만에 40조 7천억 원이 증가하였고 비율로는 11%가 증가하였다. 앞으로 실물경제의 지속적인 침체와 디플레이션의 우려, 자영업의 위기와 구조조정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한국경제의 위기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걱정이 된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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