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영애 “‘나를 찾아줘’로 ‘배우 이영애’ 다시 찾았어요”

[쿠키인터뷰] 이영애 “‘나를 찾아줘’로 ‘배우 이영애’ 다시 찾았어요”

이영애 “‘나를 찾아줘’로 ‘배우 이영애’ 다시 찾았어요”

기사승인 2019-11-26 08:00:00


“‘나를 찾아줘’로 다시 저를 찾았어요. 배우 이영애가 결혼 후에 다른 감성을 찾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는 작품 자체보다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그만큼 이영애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2009년 결혼으로 활동을 멈추기 전인 2000년~2005년까지의 출연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봄날은 간다’, MBC ‘대장금’, ‘친절한 금자씨’의 제목만 읽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나를 찾아줘’의 개봉으로 다시 영화 활동을 재개하는 이영애의 행보에 영화계와 대중이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정작 이영애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보다 작품 이야기를 더 길게 했다. 25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이영애는 ‘14년 만에 복귀작’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보다는 작품의 매력과 주제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에 출연한 이유로 “빨려들 것 같은 몰입도”와 “희망을 잃지 않는 엔딩”을 꼽았다. 김승우 감독이 오랫동안 갈고닦은 시나리오의 힘도 믿었다.

“엄마가 되고 감성의 폭이 커져서 이 작품이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이 저한테 생겼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작인 ‘친절한 금자씨’와 비교를 안 당할 수 없죠. ‘친절한 금자씨’도 반응이 좋았잖아요. 하지만 크게 염려하진 않았어요. 장르가 다르고 이번엔 복수극도 아니거든요. 전 ‘나를 찾아줘’가 사회고발극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사회문제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시사회 이후 ‘나를 찾아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완성도 높은 스릴러 영화라는 칭찬과 너무 잔인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영애는 부정적인 반응을 수긍하면서도 현실은 이보다 더 심하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원래는 수위가 더 높았어요. 시나리오 초고에 센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 또한 감독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더 잘 맞지 않나 생각도 들어요. 예민하게 느끼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있는 걸 알아요. 많은 장면들이 엄마 입장에서 보면 마음이 아프고 힘들죠. 하지만 이게 현실이잖아요. 전 이 영화의 내용이 비현실적이라고 보지 않았어요. 뉴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많은 사건사고들을 한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다 더 한 일을 겪는 사람들도 많죠. 총체적인 부조리를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럼 전 영화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실이) 그럼에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14년 만에 복귀로 주목 받는 배우는 많지 않다. 이미 대중에게 잊히고 다른 배우로 대체되기에 충분했을 시간이다. 이영애는 한창 쉼 없이 활동하던 20~30대 때부터 경력 단절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한동안 일을 못하는 시간이 와도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연기했다는 얘기다.

“30대 초반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언젠가 한동안 일을 못했을 때 내가 다시 돌아와도 활동할 수 있는 깊고 단단한 뿌리를 만들자. 그러기 위해 20~30대 동안 열심히 연기하고, 열심히 필모그래피를 쌓자고요. 그래야 다시 돌아왔을 때 흔들리지 않고 할 수 있잖아요. 오래된 일인데 결국 이렇게 제가 다시 와도 여러분들이 찾아줄 수 있는 뿌리가 됐나 싶어요. 옛날에 그렇게 생각했던 게 현실이 됐나 싶고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시 배우로서 제 일을 찾은 것에 감사하고 전보다 제 일에 대한 소중함을 더 느껴요. 감사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인터뷰 동안 이영애는 여러 번 미소를 지으며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시나리오 검토부터 함께하며 스태프들에게 식사와 선물을 준비한 남편 이야기와 집에서 청룡영화제를 본 후 “왜 박소담 사인 안 받고 벌써왔냐”고 하는 딸 이야기를 꺼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가 살고 있는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느껴졌다. 동시에 배우로서 앞으로 활동에 대한 각오도 언급했다. 앞으로는 여배우가 아니라 온전한 배우로 ‘나’를 찾고 싶다는 말이 여운처럼 맴돌았다.

“김승우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다음 작품에선 꼭 시상식처럼 예쁘게 하라고요. 사실 ‘대장금’ 때도 그랬어요. 다른 배우들은 예쁜 한복을 입는데 저만 매번 똑같은 수라간 나인 한복을 입었죠. 배우는 다 그렇죠. 그래도 이번 작품에서 (외모적인 부분을) 내려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랬기 때문에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지 않았나 싶거든요. 20~30대 때 여배우로서의 역할이나 색깔이 달랐다면, 40대 이후에는 여배우가 아니라 온전히 배우로서 나를 찾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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