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저 울 것 같아요.” 지난 26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의 인터뷰룸. 국내 언론과의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한 영화 ‘겨울왕국2’의 제니퍼 리 감독이 눈시울을 붉혔다. ‘겨울왕국2’의 두 주인공 엘사와 안나가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기자의 말을 통역사에게 전해듣고 나서다. 감격에 젖어 으레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대답을 하는 그의 눈에 정말로 눈물이 서려 있었다. “우리가 영감을 얻어서 어떤 메시지를 담았다기보다는, 캐릭터들이 우리에게 영감을 줬어요.”
‘겨울왕국2’는 전편에서 3년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아렌델 왕국의 여왕이 된 엘사는 어느날 자신을 부르는 미지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안나·올라프·크리스토프·스벤과 함께 목소리를 따라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엘사는 자신이 가진 마법 능력의 비밀을 알게 되고, 안나는 선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지난 21일 국내 개봉한 이 작품은 6일 만에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Q. ‘겨울왕국2’를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 캐릭터에서 시작됐다. 엘사, 안나, 올라프, 크리스토프, 스벤‥…. 전편에 대한 반응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것까지 생각하면 이 캐릭터들이 누구인지에 혼란이 생길 것 같았다. 대신 캐릭터별로 적성검사 같은 성격 테스트를 하고 퀴즈를 내면서 그들의 성격을 파악했다. 엘사와 안나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보기도 했다. 구체적인 여정이나 과정이 나오지 않았을 때도, 그들이 결국 어디로 갈 것인지는 생각하고 있었다.” (제니퍼 리)
Q. 엘사와 안나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뭘까.
“안나를 먼저 얘기하자면, 그는 낙관주의자다. 겉으로는 보기 힘든 내면의 힘을 가졌고, 우린 ‘겨울왕국2’에서 그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갈수록 안나가 얼마나 강한지 드러난다. 그에겐 정말 놀라운 힘이 있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유대감을 느끼는 힘이 안나의 ‘수퍼 파워’이자 일종의 마법 능력이다.” (크리스 벅 감독)
“엘사는 강력하고 책임감도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연약한 사람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지려 하고,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한다. 그는 자신의 여정에서 계속해서 발전하고 진화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엔 자신의 본 모습과 가까워진다. 자신에게 맞는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제니퍼 리)
Q. 두 사람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엘사와 안나 각자에게 투영한 메시지가 있다. 우선 안나의 경우, 끈기가 그것이었다. 안나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이지만, 그에게도 희망이 없는 순간이 온다. 그때 보여주는 끈기가 있다. 절망 속에서도 한 발짝 내딛고, 내딛은 상태에서 버티는 모습이 중요한 스토리라인이었다. 엘사의 메시지는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용기에 관한 것이다.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이라는 노래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엘사에겐 자신의 운명이 있는데, 두려움이 있더라도 그 방향(운명)을 향해 나아가야 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니퍼 리)
Q. ‘겨울왕국2’는 어린이와 젊은이 등 관객들의 삶에 용기를 준다. 제작진은 어디에서 이 메시지에 관한 영감을 얻었나.
“오, 울 것 같다. (눈물을 닦으며) 캐릭터들을 만들어낸 우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캐릭터들이 우리에게 영감을 줬다. 가령 안나가 부르는 ‘두 더 넥스트 라잇 싱’(Do The Next Right Thing)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뿐 아니라, 모든 이들과 그 메시지를 나눌 수 있다. 안나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틴 벨도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계신데, 안나 같은 캐릭터가 벨처럼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엘사는 ‘감히 꿈 꿔 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우리 자신보다도 더 원대한 꿈을 품을 수 있는 캐릭터 말이다.” (제니퍼 리)
Q. ‘렛 잇 고’(Let It Go) 등 전편 OST를 만든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 로버트 로페즈와 다시 한번 작업했다.
“‘겨울왕국2’를 만들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로페즈 부부를 포함한 전편의 제작팀을 모두 데려오려고 했다. (OST는) 1편과 비슷하게 작업했다. 로페즈와 매일 1시간30분씩 영상통화를 하며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생각을 주고받으며 작업하다보니, 이야기가 바뀌어 실리지 못한 노래도 생기고, 노래 때문에 이야기가 바뀌기도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작업 했었다.(웃음)” (피터 델 베코 프로듀서)
Q. 잘 알겠지만 ‘겨울왕국2’는 한국에서 특히 인기다.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도 항상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웃음) ‘겨울왕국’이 개봉한 뒤 한국에 와 학생들과 예술가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 있다. 그들 모두 영화의 주제에 무척 공감했고, 자신들의 모습을 캐릭터 안에서 발견하는 듯했다. 창작자로서 매우 영광이었다.” (피터 델 베코)
Q. 올라프 등 다른 주인공의 솔로 무비를 만들 생각도 해봤나.
“난 대답하지 않겠다. 하하.” (제니퍼 리)
“‘겨울왕국’ 시리즈의 가장 놀라운 점 가운데 하나는, 모든 캐릭터들이 잘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그들이 함께 있을 때 시너지가 나온다는 점이다. 올라프를 포함해 모든 캐릭터들이 함께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피터 델 베코)
Q. ‘겨울왕국’을 시리즈물로 이어갈 계획은 없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돈이 조금만 덜 든다면…(웃음). (속편 제작 여부는) 우리도 전혀 모르겠다. 1편과 2편은 기획할 때부터 하나의 여정으로 묶어서 생각했고, 지금까지 그 여정을 향해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사랑과 관심은 물론 감사하지만, 우선 각자의 인생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당분간 잠도 좀 자고 오늘처럼 햇볕도 좀 쬐면서 지내야할 것 같다. 하하하.” (제니퍼 리)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