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가 청와대 실장들의 출석으로 시끄러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됐다. 북미회담 연기요구 논란의 핵심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9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는 3대 쟁점현안으로 꼽히는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관련 의혹들, 나 원내대표의 북미회담 연기요구 논란이 주요하게는 다뤄졌다.
특히 한국당은 이른바 ‘3실장’이라고 불리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자리한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를 향해 ‘범죄집단’이라고 비판하는 등 발언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언급하며 “청와대 내부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부분이 문제가 돼도 대통령은 상황파악도 안하고 휴가를 갈 정도로 한가하냐”고 김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따져 묻는 등 공세를 퍼부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도 “선출직에 대한 불법 감찰을 하느냐”며 하명수사 관련 의혹을 직접 캐묻기도 했다.
하지만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때로 언성을 높이면서도 일련의 의혹을 전면 부정하는 일관된 태도를 취했다. 그에 따르면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울산에 내려갔던 이유는 고래고기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이 다투는 부처간 불협화음이 있어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으며,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에 대한 보고를 9번이나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의혹을 받으면 범죄자냐”고 날을 세우면서도 “첩보로 들어온 제보에 대해서는 같은 (민정)수석실 내에서 서류를 이관할 때 이관하는 (특별한) 절차를 밟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경찰청으로 첩보를 이관했으며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오히려 “비리에 대한 첩보는 당연히 신빙성을 판단 이후에 (청와대의) 조사대상자인 경우에 조사한 이후에, 아닌 경우에는 그대로 관계 기관에 이첩했다"면서 "그대로 이첩을 안 했다면 직무유기”라며 “김기현 씨에 대해 감찰한 적이 없다”고 못을 박듯 분명히 답하기도 했다.
유 전 부시장과 관련된 감찰 무마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실에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조사한 후 일정 정도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인사조치한 수준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들었다”면서 “이후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품수수 및 취업청탁 등 유 전 부시장 구속사유에 대한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의 질문에서도 “검찰 진술 내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당시 민정수석실 근무자로 청와대에 남아있는 이들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대략적인 것은 내부적으로 파악이 대충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청와대 실장들은 여당과 손발을 맞춰 한국당의 공세를 맞받아치거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에게 ‘총선 전 북미회담 연기’를 요청한 것을 두고 비판적인 답변을 하는 등 직접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이 ‘하명수사’ 의혹을 두고 “청와대가 직접 수사 진행 상황까지 챙겼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하명도, 수사개입도 안 했다고 한다. 부정 선거기획에 관련된 모든 자들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파괴한 데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자, 서삼석 민주당 의원은 “어떻게 청와대를 범죄집단이라고 표현하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노 실장은 “정말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답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자제를 요청한 데 대해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히며 “정치 지도자가 미국 측에 제안했을 때 미국 측도 당혹하지 않았을까. 초당파적으로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를 받아 박찬대 민주당 의원도 “제1야당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성과라며 했는데 어떻게 이것을 자랑할 수 있느냐. (그런 행동이) 구걸외교다”라고 나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