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핵심 당직자들이 단식에서 돌아온 황교안 대표의 대대적인 쇄신에 힘을 싣겠다면서 총사퇴를 선언했다.
황 대표 역시 읍참마속까지 거론하면서 쇄신 의지를 피력하는 듯했지만, 총사퇴 불과 4시간 만에 빈자리는 이른바 친황교안 인사들로 채워졌다.
지난 2일 8일간의 단식을 마친 뒤 첫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대표는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황 대표는 그간 너무 나태했다면서 대의를 위해 측근도 가차 없이 치겠다는 ‘읍참마속’이라는 말까지 꺼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 대표 비서실장 등 한국당 핵심 당직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사퇴로 쇄신에 힘을 보태겠다면서 돌연 단체 행동을 보였다.
황 대표는 갑작스런 총사퇴 발표 불과 4시간 만에 신속하게 새 인선 명단을 발표했다. 황 대표는 이런 인선을 두고 과감하게 측근을 배제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명단의 면면을 보니 황 대표 주변 인물들이 요직을 차지했다는 지적이다.
내년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할 사무총장에는 초선 박완수 의원을 임명, 박 의원이 경남 창원시장 시절 창원지검장이던 황 대표와 인연을 맺은 뒤 전당대회 때 적극 지원하면서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비서실장엔 수석대변인으로 사퇴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재선 김명연 의원이, 당 전략을 짜는 전략기획부총장에는 초선인 송언석 의원이 기획재정부 차관 선배인 추경호 의원의 바톤을 넘겨받았다.
당 해체까지 요구하면서 불출마 선언을 했던 김세연 의원을 빼고는 교수 출신의 새로운 여의도연구원장을 세웠다.
단식을 마친 황 대표의 일성은 당의 쇄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하루 만에 ‘친황교안 인사 심기’로 확인되면서 국민 앞에 내건 혁신·읍참마속 약속은 사실상 공염불이 됐다는 평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