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살린 와인시장… 영세업체들은 설 곳이 없다

대기업이 살린 와인시장… 영세업체들은 설 곳이 없다

기사승인 2019-12-17 03:00:00

1병에 1만원대 저가 와인이 주요 소비층에 파고들면서 침체됐던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와인수입업체들은 매년 악화되던 실적을 회복시키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반면 유통채널 등이 간소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영세업체의 경우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와인 수입량은 2016년 1억8569달러에서 지난해 2억3682달러으로 27%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유통채널의 변화다. 과거 와인수입업체가 자사 오프라인매장과 대형마트 주류코너에 납품했던 것과는 달리, 유통기업이 직접 와이너리와의 계약을 통해 물량을 수주하고 자사 유통망을 활용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저가 와인을 통한 소비자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시장 전반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저가 와인 ‘도스코파스’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칠레 와인 생산자로부터 통상 주문량의 300배 이상인 한 번에 100만병 대량 주문해 가격을 크게 낮췄다. 해당 와인은 전체 주류 중에서 매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이미 1만원대 와인 매출이 전체의 30.4%를 차지하며 주류(主流)가 됐다.

신세계L&B는 2009년 52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936억원으로 1700% 급증했다. 2008년 설립된 신세계L&B는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계열사 채널에 와인을 안정적으로 납품하며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4년 350억원이었던 매출은 4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나며 상승폭을 키웠다. 

아영FBC는 2015년 매출 471억, 2016년 519억, 2017년 472억원 등으로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해 531억원으로 매출을 회복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4억원에서 35억원으로 증가했다. ‘디아블로’, ‘빌라엠 시리즈’, ‘로만체 넘버2’ 등 1만원대 와인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금양인터내셔날은 2017년 6월 유동자금 악화 등으로 고전하다 까뮤이앤씨의 관계사인 베이스에이치디와 태흥산업에 지분 79.34%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후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2017년 15억3000만원이던 영업이익을 35억480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유통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영세업체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와인수입업체가 가져갈 수 있었던 매대를 대형마트가 자사 제품으로 채워넣으면서 경쟁이 심화된 것이다. 마트 납품가를 낮추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실적은 더 낮아졌다. 

자사 오프라인 매장을 위주로 운영하는 가자주류 등의 업체들의 실적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가자주류는 2014년 33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7년 26억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기간 6478만원에서 1042만원으로 83.9% 줄었다. 

세계주류 매출은 2015년 385억원에서 지난해 579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5년 10억원에서 2017년 24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7억8000만원대로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2015년과 엇비슷한 10억원대를 유지했다. 시장이 점차 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중소영세와인수입업체들은 사실상 역성장하거나 혹은 성장이 둔화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스토랑 등 음식점에서 소비되는 와인은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하며 나머비는 대부분 대형마트 매대를 통해 판매된다”면서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한정된 (마트) 매대를 차지하기 위해 영세업체들은 자사 이익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와인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시장 성장을 촉진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영세기업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인 만큼 대기업과의 상생 방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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