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신한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이 13일 결정된다. 조용병 현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가운데 사외이사들이 조 회장의 법적 리스크를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차기 회장 후보군 5명에 대한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발표한다. 면접 대상에 포함된 후보 5명은 조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민정기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이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조 회장의 연임에 무게추를 두는 분위기다. 그는 임기 중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하며 그룹의 비은행 역량을 강화했고,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도 2조8960억원의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신한금융을 국내 최고 금융사로 성장시켰다.
경영 실적만 놓고 보면 조 회장의 연임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다만 조 회장은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을 만나 조 회장에 대한 법적 리스크 우려를 전달했다.
신한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보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1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조 회장의 연임에 결격사유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적 리스크가 그룹의 경영안정성 및 신인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사외이사들의 판단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신한금융의 회추위는 이만우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김화남, 박철, 변양호, 성재호, 히라카와 유키,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박철·필립 에이브릴·히라카와 유키 등 3명은 2017년 조 회장을 회장으로 추천한 사외이사들이다.
조 회장을 제외할 경우 회장 추천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진옥동 행장과 위성호 전 행장 등이 거론된다. 진 행장은 일본에서 오랜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재일동포 주주들의 신임이 두텁고, 위 전 행장은 2017년 신한금융 회장 선출 당시 조 회장의 경쟁상대였으며, 신한지주의 핵심인 은행장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한편 조 회장이 이날 연임에 성공할 경우 당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당국은 “임원 선임은 금융사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하지만 공개적으로 법적 리스크 우려를 전달하는 등 조 회장의 연임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도 당국의 노골적인 행동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리스크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연임이 결정된다면 리스크를 들여다보고 보완을 주문하는 정도의 행동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