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최대 재개발사업인 한남3구역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재입찰에 참여할 건설사가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남3구역은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지이며, 기존 건설사들이 공을 들여놓은 만큼 새로운 건설사가 조합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재입찰 권고를 받은 한남3구역 조합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재입찰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음주 대의원회를 통해 시공사 재입찰 안건을 결정할 예정이다.
재입찰을 진행할 경우 기존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뿐 아니라 새로운 건설사도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다른 건설사가 재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을 거라 입을 모았다. 기존 건설사가 오래전부터 사업에 들인 공인 크기 때문에, 조합 측의 요구사항에 맞춰 들어가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다. 설사 재입찰에 들어간다고 해도 기존 건설사에 비해 나아진 상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애써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당초 한남3구역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던 대우건설은 재입찰 참여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실질적으로는 어려울 거라 본다”며 “당시 대우건설에서는 한남3구역 사업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을 뿐더러, 이미 오래전부터 해당 사업을 준비해온 건설사가 있어 이들 이상의 조건에 맞춰줄 수 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선 “보증금이나 하다못해 입찰서류를 만드는 것까지도 사업에 들어가는 금액이 엄청나다”며 “조합에서 제시한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선 우리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조합의 눈높이에 맞는 조건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엔 사업적인 리스크가 크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설령 어느 건설사가 새로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기존 입찰에 참여했던 건설사에 비해 나아진 사안은 전혀 없다”며 “기존 입찰 참여 건설사들이 전부 안들어가거나 탈락하지 않는 이상 그외 건설사들이 들어갈 확률을 낮다. 하지만 보증금 때문에서라도 기존 건설사는 당연 들어가려 할 것”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남3구역 조합은 컨소시엄을 원치 않는다’는 소문은 다른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공사비만 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아무리 사업성이 좋다고 여겨도 무턱대고 사업에 진출하기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으로 들어갈 경우 위험 부담이 덜할 수 있다.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아직 집행부의 입찰공고문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희가 컨소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조합원 입장에선 하루 빨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만큼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입찰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은 재입찰에 “당연히 들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 보증금 때문에서라도 재입찰에 당연 응할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한남3구역에 대한 입장이 전혀 없다. 조만간 조합 측에서 새로운 입찰공고를 내면 그에 맞게 제안서를 새로 제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이던 검찰 수사와 관련해선 걱정하기엔 아직 이른 문제라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3개 기업은 앞으로 2년간 정비사업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과열 수주경쟁이 일고 있는 한남3구역 합동점검을 통해 위법의심사례 20여건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찰제한이 법에 의한 조항인 만큼 가능성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다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풀어나가야 할 법적 절차가 긴만큼 단기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