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중권의 현장을 가다]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한 ‘포스코’

[임중권의 현장을 가다]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한 ‘포스코’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제철소

기사승인 2019-12-19 05:00:00

최근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촌동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았다. 서울에서 KTX로 2시간 거리인 포항 제철소에 들어선 순간 단일 사업장 규모로 세계 최대인 287만 평 대지에 자리한 일관제철(철강 생산 전체 공정)체계와 원료 저장 시설, 친환경 설비 등이 이목을 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세계 제조업을 선도할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현장에서는 1980년 준공된 2열연공장(이하 2열연)을 둘러봤다. 2열연은 1열연의 건설·조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총면적 8만여 평에 1.2km 길이로 준공됐다. 2015년부터는 과거 50년간 축적된 노하우에 사물인터넷(IoT)·빅 데이터(Big Data)·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포스프레임(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통해 고품질 열연을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2열연 현장에서 포스코 관계자의 도움으로 열연 제품의 제조 과정인 열간압연 공정과 스마트팩토리 기술 등을 살펴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열로에서 나오고 있는 시뻘건 슬라브(평평한 철강 반제품)다. 슬라브는 쇳물 속 온도와 성분을 제어하는 제강 공정을 거친 후 현장의 가열로에서 회전하는 롤 위로 나오고 있었다. 가열로에서 나온 슬라브의 평균 온도는 1100℃~1300℃, 길이 9m에 20여 톤에 달한다는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 뒤따른다.

정태기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장은 “압연 전 슬라브를 1000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가열로는 운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온도 변경 시점과 목표 온도를 설정했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조업자에 따라 품질의 편차가 있었다”며 “현재는 가열로에 투입되는 슬라브의 패턴과 운전자의 조업 방법을 AI를 통해 분석한 후 가열로 조업을 자동화했다. 이를 통해 조업 편차를 감소시키고, 품질 수준은 향상시켜 과거 대비 연료 사용량이 약 2%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행되는 슬라브의 열간압연(압연공정) 과정도 눈길을 끌었다. 압연 공정은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거대한 기계가 슬라브에 하는 모습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 압연공정은 크게 조압연(Roughing Mill)과 사상압연(Finishing Mill)으로 나눠진다. 조압연에서는 4개의 조압연기가 슬라브의 두께와 폭을 고르게 제어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사상압연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적당한 형상과 두께로 슬라브가 조정되고 있었다.

정 공장장은 압연 공정에 적용된 스마트 기술과 관련해 “슬라브 압연 시 길이가 점점 길어지면서 앞쪽의 끝부분과 아래쪽의 끝이 불균형적인 형태가 나타난다. 이 부위를 크롭(Crop)이라고 한다”며 “과거에는 숙련된 작업자들의 경험에 의해 수동으로 크롭량을 지정해 절사했지만, 지금은 실제 모양을 이미지로 검출하고 영상 처리 후 최적화된 절사지점을 AI가 자동으로 자르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손실이 과거 대비 약 30% 절감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압연량의 배분도 최적화했다. 기존에는 슬라브를 압연하는 과정에서 운전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압연기에 최적의 압연량을 부여했다. 현재는 AI가 과거 빅데이터로 조업상황을 분석하고 압연기별 최적의 압연량을 자동 설정했다”며 “운전자의 수동개입을 90% 이상 줄이고 균일한 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통해 압연 과정을 거친 슬라브는 마무리 공정인 런아웃테이블에서 약 900℃에서 약 650℃까지 냉각된다. 이후 권취 공정을 통해 두루마리 휴지 모양의 코일로 말려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제작된 열연 코일들은 평균 20톤 내외의 무게로 철 구조물·교량·선박·차량·파이프 배관 등 냉간압연 등 두루 사용된다. ‘산업의 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철강업계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제철소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 관계자들에게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새해 목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정 공장장은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는 시대적 조류”라며 “2열연공장은 철강업계에서 스마트팩토리 기술 적용을 선도하고 있는 공장이다. 내년에도 스마트 기술을 토대로 품질 생산 원가 등 최고를 지향하는 공장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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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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