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금융, 자회사CEO 대거 연임 배경은...‘회장님’ 리스크

신한·KB금융, 자회사CEO 대거 연임 배경은...‘회장님’ 리스크

기사승인 2019-12-21 05:00:00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연말 자회사 CEO들을 대거 연임 시켰다. 국내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두 금융그룹은 내년 경제상황을 ‘불확실의 연속’으로 보고 능력이 검증된 CEO들을 재기용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년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1심 판결과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차기 회장 구도를 고려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19일 임기만료에 따라 교체대상인 자회사 CEO 8명 가운데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등 7명의 연임을 추천했다. 다음날 KB금융은 임기가 만료되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 자회사 CEO 7명 전원의 연임을 내정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각각 “조직의 안정적 리더십”과 “검증된 실행력”을 대규모 연임 결정의 배경으로 밝혔다. 내년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안정적 리더십을 갖춘 검증된 능력의 기존 리더들을 재기용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 회장과 윤 회장은 평소 불확실성이 커지는 금융환경 아래 ‘변화’와 ‘혁신’ 만이 금융회사가 추구해야할 방향으로 제시해 온 만큼 이번 인사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자회사 CEO와 그룹 부문장 등 핵심 임원진을 제외한 차상위 임원층은 대규모 물갈이 했다는 점에서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는 설명과 배치된다. 

실제 신한금융의 이번 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신한은행 부행장 7명 가운데 6명을 교체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미래전략커뮤니이션 부사장을 지낸 이건혁 김앤장 고문과 박태형 한국투자공사 상무를 외부에서 영입해 각각 지주 미래전략연구소장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으로 내정했다. 

KB금융 역시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자회사 CEO에게 2+1년의 임기를 보장하던 관례를 깨고 4년(2+1+1)의 임기를 받은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에게 다시 1년의 임기를 보장한 것이다. 자회사 CEO에게 3연임을 허용하는 것은 KB금융을 넘어 금융권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이번 인사가 ‘지배구조 리스크’ 예방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 회사 모두 내년 ‘회장’ 리스크가 예고된 만큼 차기 회장후보에 포함되는 자회사 CEO들의 교체를 최소화 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채용비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받은 조 회장이 내년 1월 1심 공판에서 법정구속 될 경우 회장 공백 상태에 빠진다. 따라서 조 회장의 공백으로 차기 회장 선출이 진행될 경우 임 신한카드 사장 등 자회사 CEO의 연쇄 이동을 고려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의 경우 윤 회장의 임기가 내년 11월 만료되는 만큼 차기 회장 후보에 포함되는 계열사 대표이사의 교체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틀 윤종규’로 불리며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양 KB손보 사장의 3연임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내년 경제가 불확실해 자회사 CEO들을 연임시켰다고 하지만 경영환경이 언제 불확실하지 않았을 때가 있었냐”고 반문하며 “내년 지주회장과 관련한 이슈가 있어 자회사 CEO인사에 이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