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고 준비하는 시기이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데 여기엔 저축을 한다거나 투자에 대한 생각하기도 한다. 소득이란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대가를 의미하는데 우리는 이런 대가로 받은 ‘돈’을 ‘저축’하거나 ‘투자’한다. 저축은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고 미래로 소득을 이전하는 것인데 사전적으로는 ‘절약하여 모으다. 아껴서 쌓는다’는 개념을 의미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고착화되기 시작하면서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저축보다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0년대 들어서기 전까지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10% 전후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1%대로 떨어졌다. 이러한 저금리는 저축을 통해 목돈을 모으는 것을 어렵게 하고, 모은 돈으로 노후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면, 돈을 운용하는 방법은 2가지다. 하나는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이다. 우리는 전자를 흔히 ‘투자’, 후자를 ‘저축’이라고 한다. 투자냐 저축이냐 굳이 구분하는 게 뭐가 중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돈만 벌면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축은 저축의 본성에 맞게, 투자는 투자의 본성에 따라야 한다.
먼저 저축과 투자의 중요한 차이는 만기(滿期) 여부다. 저축은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 등을 받는 행위인데, 만일 만기 전에 상환하면 은행은 기간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기 때 이자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한다. 하지만 투자는 만기가 없다. 내가 주식을 샀다고 언제까지 꼭 팔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내가 팔고 싶을 때 팔면 그만이다. 심지어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과 같은 사람은 주식 보유 기간이 얼마냐는 질문에 ‘영구 보유 종목’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다.
저축과 투자는 수익이 확정되는 방식도 다르다. 저축은 자금을 빌려주는 게임이므로 차용증을 쓸 때 수익이 결정된다. 예금 가입 시점에 연 2%를 주기로 했다면, 그 사이에 금리가 급등하더라도 2%밖에 주지 않는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해도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저축과 달리 투자는 파는 시점에 수익이 결정된다. 팔기 전까지 가격 변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상관없다. 매도 시점이 수익의 모든 것을 확정한다. 저축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라면, 투자는 닫고 나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할 때는 반드시 팔 때를 고려해야 한다.
저축과 투자는 다른 차원의 세계이다. 본성도 다르다. 이 둘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각각의 본성에 맞게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여나갈 수 있다.
2020년 새해가 밝아온다. 새해엔 저축을 할까 투자를 할까!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