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마이너스 정제마진에 4분기 ‘적신호’

정유업계, 마이너스 정제마진에 4분기 ‘적신호’

정유4사, 4Q 실적 잿빛 예고..계속된 악재에 ‘골머리’

기사승인 2019-12-27 03:00:00

정유업계의 올해 4분기(10월~12월)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대로 추락하며 4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7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정제마진은 지난달 셋째 주와 넷째 주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 6월 첫째 주 이후 18년 만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의 가격에서 원유의 가격과 운임·정제 비용 등 원료비를 제외한 값이다. 이 지표가 높아질수록 정유사의 수익도 높아진다. 보편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을 넘어 배럴당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왔다. 정유사 입장에선 정제마진이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 석유 제품을 팔면 사실상 밑지는 장사인 셈이다.

올해 하반기 정제마진의 폭락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정유 제품의 수요가 감소한 결과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국가의 올 상반기 일평균 석유 수요는 4720만 배럴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0.6% 감소했다. 한국의 석유제품 소비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석유제품 수출액은 92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3분기 대비 15%나 감소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전세계 물동량 악화 등 악재가 커졌다”며 “또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 각국에서 석유 제품 생산량을 늘리면서 정제마진의 약세가 더욱 심화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의 석유제품 생산량 증가도 정제마진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5% 증가했다. 중국의 정제처리량 역시 같은 기간 9.6% 늘어나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내년 시행을 앞둔 IMO(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행도 예상과 달리 실적 개선 효과가 부진한 상황이다. 국내외 정유사들이 경유 공급을 늘리면서 경유의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악재에도 정제마진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협상 합의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양국이 무역 협상 합의에 나선 이상 세계적으로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의 수요가 반등하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중 양국의 무역 합의는 단기적으로 석유제품 수요 회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인 공급 과잉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인 업황 회복을 위해 필요한 중국의 티팟(소규모 정제설비) 구조조정 등 글로벌 공급 과잉을 해결할만한 근본적인 개선은 확인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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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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